시인의 계곡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10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0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시인'이 다시 등장했으니 해리 보슈와 레이철이 '시인'을 잡을 것이라 예측된다. 이미 결말을 예측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시인의 계곡'을 통해 어떤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자, '시인'은 잡힐 것인가, 죽을 것인가. 지금까지 해리 보슈에 의해 정의가 실현된 일이 많은 터라 이번에도 '시인'이 순순히 잡혀 감옥에 갇힐 것이라 예상되지는 않는다. '시인'이 죽어야만이 다음 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긴 한데 사실 해리 보슈가 범인을 깔끔하게 잡아 넣는 모습을 보고 싶은 바람도 있다. 해리 보슈 시리즈의 익숙함 속에서 결말의 궁금함을 참으면서 마지막 책장까지 넘겼을 때 무엇을 느끼고, 얻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시인'을 잡기 위해 테리 매컬렙과 레이철 그리고 해리 보슈가 함께 수사를 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결말은 같았겠으나 더 멋지게 마무리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모두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장점 때문에 세 사람이 함께 수사할 일이 없는 것이 문제인데 공교롭게도 테리는 건강상의 이유로 일선에서 물러난 후 지금은 사망한 상태이며 레이철은 '시인' 사건을 수사하면서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불모지로 쫓겨갔으며 해리 보슈는 경찰 배지를 내려놓고 사립탐정으로 생활하고 있기에 '시인의 계곡' 사건으로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미 테리 매컬렙이 죽었으니 세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난 것이 아니라 해도 테리가 남겨 놓은 흔적을 통해 해리 보슈는 사건 깊숙히 들어갈 수 있었으니 그의 존재를 무시할 순 없겠다. 아직도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 하니 이것은 나만의 착각인 것일까.

 

'시인'은 보슈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존재를 간과했다. 이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실수겠지만 이것으로 자신이 계획했던 모든 것이 무너질 정도로 파장은 엄청났다. '악'이 자신에게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뿐이라는 메시지를 남김으로써 마무리 했지만 살인을 하고 시체를 묻은 후 FBI를 통해 레이철을 끌어들인 '시인'이 이 사건의 결말은 왜 이렇게 허술하게 계획했는지 모르겠다. 테리 매컬렙의 죽음을 파헤치던 해리 보슈가 알게 된 진실이 반전이라 '시인'의 결말이 급하게 마무리 한 듯, 엉성했던 것이 가려지긴 했지만 테리와 레이철, 해리 보슈, '시인'까지 이렇게 많은 이들을 모두 이끌어 가는 것에 어려운 점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뿐이다.

 

해리 보슈는 '테리 매컬립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묻었다. 그것이 테리가 원한 것이었으니까.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해리 보슈에게 사건을 맡기고자 했던 테리의 진심은 해리 보슈라면 자신의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을 테니까. 어떤 것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이제는 그저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고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다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홀로 '시인'에게 닿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졌던 테리, 해리 보슈 못지 않은 매력을 지녔던 그를 죽임으로써 '시인의 계곡'의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것 보다 또 다른 사건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배려를 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해리 보슈는 이제 경찰 배지를 다시 달고자 한다. 고객들이 찾아와 해리 보슈에게 어렵고 힘든 사건을 맡길 것이라 예측했던 독자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깨어지고 해리가 사립탐정으로 이 시리즈를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한 한계는 이미 드러났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정의에 따라 미해결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 의미를 뒀던 그는 이제 경찰 배지를 달고 자신의 소명에 따라 정의를 실현하게 된다. 우리는 그를 통해 어떤 사건을,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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