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꽃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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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뿐 아니라 지금도 녹주와 서로의 사랑은 죄가 된다. 부부의 연을 맺은 이가 따로 있거늘 그 제도 안에서 서로의 사랑만을 찾으니 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와 달리 지금은 타인에 의해 나의 삶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녹주와 서로가 함께 사랑하며 살 수 있는 길이 있다. 녹주와 서로가 지금의 시대에 태어나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었다면, 아니 녹주가 암자에 의탁했을 때 서로가 이귀산보다 먼저 녹주를 찾았더라면, 이 모든 것이 다 부질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 모든 상상이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하는 의미 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두 사람의 마음은 나의 마음속에서 쉽게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

 

서로와 녹주의 어린 시절을 몰랐다면 세간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을 것이다. 돌을 던지는 사람들 틈에 있지는 않았겠으나 아마도 그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금세 잊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마음이 언제부터 함께 하였는지 그 모든 것을 지켜본 서로의 친구 김이는 그들의 사랑을 지켜봤으되 완전한 타인이었으나 녹주와 서로의 사랑을 그대로 보아주지 않았다. 어린 시절 서로를 그렇게 괴롭혔던 김이와 서로가 친구가 되고 함께 걸어가게 되었을 때 이 둘의 우정은 뉘 못지 않게 깊을 것이라 여겼다. 허나 서로의 아비 조반과 녹주의 아비의 삶이 권력자에 의해 하루아침에 바뀌었듯이 서로와 김이의 운명 또한 그의 아비들에 의해, 뒤이어 그들의 운명에 의해 바뀌었으니 할 수 없는 일이다. 

 

녹주를 향한 이귀산의 마음이 진정이었다면 어땠을까. 녹주와 서로의 사랑이 운명이기에 이귀산이 녹주의 마음에 들어갈 틈조차 없었겠지만 허나 이것이 녹주와 서로가 사랑해도 된다는 면죄부가 되어주지는 않는다. 이귀산을 따라나올 때 녹주의 마음은 분명 서로에게 가 있었다. 서로 또한 한시도 녹주를 마음에서 놓아본적이 없다 하였다. 그런데 왜, 녹주는 선뜻 이귀산을 따라나섰던 것일까. 세상 밖으로 나오면 서로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때문에? 어쩌면 운공의 말처럼 인연이 다가오고 있으니 서로를 잊고 다른 이와 부부의 연을 맺어 평범한 아낙처럼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이생에서의 삶은 그러하리라 여겼을 것이다.

 

서로와 녹주의 이야기는 역사의 한 페이지에 그들의 이야기가 남겨짐으로써 우리들에게까지 전해질 수 있었다. 그들이 사랑한 과정은 어떤 진실을 품고 있을지 모르나 사랑하는 것이 죄가 되어 누가 손가락질을 하든, 죽음을 맞게 된다 하여도 그들은 그때 서로 사랑하였다.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서로와 녹주가 선택한 사랑의 끝이 달랐다는 것이다. 사랑의 무게는 두 사람에게 모두 똑같았으나 세상은 그들에게 다른 벌을 주었다. 어린 시절 녹주가 겪은 고통을 똑같이 겪은 반야는 녹주와 다른 삶을 선택하였다. 녹주가 살아가는 고통의 시간들 중에 반야와 잠시 함께 할 수 있었던데는 아마도 아무리 운명이라고 하나 살아가면서 선택하게 되는 모든 것은 나의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그 결과 또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일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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