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엘리지아, 넌 누구지? 즈하라를 시조로 둔 너의 정체는 뭐지?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내 머릿속에서 소용돌이 치는 의문들이다. 엘리지아에게 영혼이 있는지의 유무를 따지는 것은 이제 무의미하다. 시조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엘리지아는 자신의 의지로 사랑하게 되는 타힐과의 만남이 좌절된 이후 운명처럼, 아니 운명에 얽매여 알렉스의 곁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이마저도 자신의 존재이유와 맞물려 위태로운 상태에 놓이게 된다.

 

10대 클론인 엘리지아는 베타다. 시험용으로 제작된 그녀는 총독의 집에서 총독의 가족과 함께 살아가게 되지만 이곳에서의 엘리지아는 총독의 딸 애스트리드의 대체품이고 아이반의 체력단련 상대다. 유일하게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이는 리젤뿐인데 클론이지만 자신의 감정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엘리지아에게는 리젤도 더이상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존재가 되고 만다.

 

인간들의 노리개로 살아가지 않기 위해 선택한 행동은 엘리지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버린다. 아이반은 총독과 달라 클론인 엘리지아를 온전히 하나의 생명체로 인정해 줄줄 알았다. 그러나 엘리지아를 물건 취급하며 소유욕을 드러내는 아이반 역시 그녀를 소모품으로 생각할 뿐이다.

 

엘리지아의 시조인 즈하라가 사랑하는 사람 알렉스, 엘리지아가 사랑하는 사람 타힐. 이 두 사람이 엘리지아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예상되지만 엘리지아 역시 즈하라의 삶에서 놓여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녀는 즈하라에게 상관 없이 독립된 생명으로 인정받고자 하지만 자신이 클론이라는 것때문에 영혼이 있는지의 여부를 따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 상태다. 그녀에게 영혼이 있을까?

 

엘리지아는 환영처럼 나타난 알렉스의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되었지만 다행히 아직은 운명처럼 이끌려 그를 사랑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저 알렉스가 사랑한 즈하라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하다. 알렉스는 즈하라와 똑같이 생긴 엘리지아를 보며 사랑하는 연인이 죽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지만 엘리지아가 즈하라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 

 

낙원인 드메인에서 10대 청소년들은 락시아를 복용하며 아타락시아를 느낀다.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낙원을 느끼기 위해서? 아니, 클론들이 봉사하는 이곳은 땀 흘리며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다. 현실 같지 않은 이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이런식으로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점점 다가올 디펙트들과 치루게 될 전쟁을 부정하고 싶었을 것이며 이 아름다운 드메인이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현실을 믿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드메인에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이 아름다운 곳이 폐허가 되고 남아 있는 것이 없게 될지라도 인간들이 디펙트라고 이름 붙인 클론들은 생명이 붙어 있는 한 자신의 삶을 위해서 싸울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숨을 쉴 수 있고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으니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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