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
누마타 마호카루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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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토와코에게 진지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의 지니였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 책의 결말을 이해할 수가 없다. 진지가 선택한 결말, 그것은 오로지 토와코만을 위한 것이었다.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무능력하고 실수 투성이의 아이처럼 순수하기만 한 진지가 토와코만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도저히 그런 선택을 할 수가 없다. 진지가 바라는 행복은 언제까지나 토와코와 함께 하는 것이었으니까.

 

토와코는 언니 미스즈가 토와코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보았다고 해도 남편으로 진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한다. 토와코의 눈에 비친 진지의 모습은 누구라도 혐오할 만한 그런 사람이었기에 그와 함께 있는 토와코를 동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토와코를 향한 진지의 순수한 마음과 달리 토와코는 돈을 벌려는 노력은 물론 집안 일도 하지 않고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진지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그런 존재일 뿐이다. 미스즈의 말처럼 토와코의 모습은 어느 남자라도 함께 살고 싶지 않은 여자인 것이다. 쿠로사키와 미즈시마 같은 번듯하게 생긴 남자나 좋아할 만한 그런 여자다. 너무 극단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진지가 힘들게 벌어온 돈으로 다른 남자에게 선물을 사주고 호텔을 드나드는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란 것인가 도저히 좋게 봐 줄 수가 없다.

 

물론 그녀에게 분명 사랑에 대한 아픔이 있다. 쿠로사키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토와코에게 그와의 사랑은 아름답던 추억마저도 고통이고 슬픔이었다. 그럼에도 놓아지지 않는 사랑이었다. 그렇다고 진지와 동거하는 중에 유부남인 미즈시마와 불륜에 빠지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냥 평범한 남자일 수도 있었는데 왜 또 유부남인 건가. 거기다 진지와 달리 깔끔한 외모의 남자다. 미즈시마가 토와코에게 하는 모든 말이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곁에 두기 위해 하는 달콤한 말 뿐이라는 것은 그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음에도 정작 토와코는 이 사랑이 운명이라도 되는 것처럼 진지를 죽여서라도 미즈시마의 곁에 있고 싶어한다.

 

토와코가 미즈시마에게 기대하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 자신을 잡아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일 뿐인데 왜 진지와는 안되고 미즈시마는 되는 것일까. 쿠로사키와 헤어진 후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 할 때 나타난 진지는 토와코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지만 그녀는 텅 비어 마음을 진지에게 내어주지 않았다. 진지의 옷을 빨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함께 먹는 다른 평범한 부부들처럼 진지와 행복하게 살아갈 수는 없었을까.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아이를 낳아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 생각하는 토와코에게 그런 희망을 줄 수 없는 진지는 그저 필요없는 존재였던 걸까.

 

갑작스럽게 끝나 버린 결말로인해 무엇 하나 명확한 것은 없지만 쿠로사키가 실종된 사건을 풀어가며 미스터리를 가미 시킨 누마타 마호카루의 '그녀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새들'은 독자들을 놀라게 할 반전이 없이 예측한대로 흘러가지만 토와코를 향한 진지의 사랑은 그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잊혀지지 않을 강렬한 기억을 심어주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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