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파더 스텝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1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거창하게 '가족 만들기 대작전'이라는 말을 가져다 붙이기엔 좀 애매한 상황이다. 열세 살 쌍둥이를 버리고 행복을 찾아 떠난 타다시와 사토시 부모의 존재로 인해 이 책의 에피소드들이 탄생되고 있으니 이거 재밌다고 웃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타다시와 사토시가 아버지가 되어 달라고 애원하는 상대는 도둑이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아 자식도 없는 그를 아버지로 만든다고? 그런데 여기에 눈물, 콧물 짜내는 감동은 없다. 둘이서 살아가는데 불편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부모가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웃들이 알게 된다면 지금처럼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아버지가 필요한 것이다. 돈이 필요하긴 하다. 타다시와 사토시의 부모가 서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겠지하며 삶을 즐기는 것은 좋은데 왜 양육비나 생활비를 주지 않는지 이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그야말로 억지설정이요, 현실감이 없다.

 

도둑의 입장에서야 자신의 지문을 채취했다며 협박을 하고 있으니 아버지가 되어주지 않을 도리가 없지만 그의 마음은 금전적으로 도움이나 주는 쿨한 관계가 되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여러 사건들을 겪다 보니 진짜 부모가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진짜 부모가 나타났을 때 마음을 다치는 것은 나뿐이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니 뭐 '가족 만들기 대작전'에 적합한 상황이 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피가 섞이지 않은 관계란 것은 아주 위험한 상황이 닥쳤을 때 끈끈하게 이어진 것이 없어서 의심부터 하게 되는데 혹시 타다시와 사토시가 부모를 죽인 것이 아닐까 억측까지 하게 된 도둑은 급기야 사토시가 자신이 먹을 음식에 독을 타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도둑이 탐정일까지 하며 정의 어쩌고 하는 일까지 담당하다 보니 이런 저런 사건들에 엮이게 되는데 이 마을의 저수지에 잠겨 있었던 차에서 시신 두 구가 발견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도둑이 생각하는 정의는 사회정의가 실현되어야 하는 뭐 그런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만 챙기는데 가진 자의 돈을 못 가진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하다 보니 조금 정의롭게 보일 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납치당하고 인질로 잡히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소설속에서 재미를 위해 더해진 일들이라, 이것이 이 소설을 가볍게 느껴지게 하기도 한다.

 

요즘 도둑에게도 고민은 있는데 사랑을 택할 것인가, 가짜 아버지 역을 계속 할 것인가 이것을 고민중이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쌍둥이의 가짜 아버지 일을 그만둬야 할텐데,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는 그에게 핑크빛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길은 없어 보인다. 타다시와 사토시 그리고 가짜 아버지인 도둑의 이야기가 어설프게 끝을 맺어 뒷이야기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타다시와 사토시의 도움으로 가짜 아버지의 정체가 드러나며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을까 살며시 떠올려 본다. 그의 정체는 그가 사랑하는 여인에게만 드러나게 하면 문제는 없을 것 같으나 또 도덕상의 문제는 남는다. 도둑이 사랑하는 사람이 사토시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이니까. 그런데 솔직히 나다오 레이코 선생의 가까운 지인에게 생긴 일을 생각하면 도둑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가짜 아버지에게도 도덕, 정의란 것이 무엇인지, 이것이 왜 꼭 필요한지 알게 해 줄 필요는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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