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엔젤 1 블랙 로맨스 클럽
주예은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베룬이 되어가는 로이, 아니 일리노아르. 혈관 속의 피가 검은 빛이 되어 가는 그를 보면서 그제서야 준과 로이의 사랑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을 깨닫는다. 천사가 악마가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두 사람의 사랑에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냐고? 순수한 영혼 샤인스피림인 준과 베룬 일리노아르의 사랑이 가슴 절절한 사랑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쩐일인지 내게는 크게 와 닿지 않는 사랑이었다.  

 

영국으로 유학온 준의 앞에 갑자기 나타나 그녀를 사랑한다며 이름을 '로이'라고 밝힌 그는 자신이 천사라고 했다. 그녀가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부터 사랑했다는 그를 보면서 나는 준 못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갑자기 차 사고가 나게 되고 로이는 준의 과거로 가게 된다. 로이는 왜 준의 과거로 간 것일까. 여기에 대한 답은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알 수 있었지만 그때는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혼란스럽고 로이의 준을 향한 사랑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사랑이라고 해도 로이와 준이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온 인연에 대해 알지 못하므로 둘의 사랑에 애절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일리노아르와 준의 인연은 천계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내가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데미엔젤들을 통해 그리고 준의 기억을 통해 알게 되었을 뿐이다. 이들과 처음부터 함께였다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면 인간 세계에 내려와 로이가 준을 처음 만나는 그 때 나의 심장도 두근거렸을 것인데. 

 

평범한 학생인 준이 베룬이 되어 가는 일리노아르와 사랑을 나누게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어떤식으로 알리게 될지, 준의 평범한 일상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그 어떤 이유도 타당하게 댈 수가 없을 것이다. 준의 일기장을 본 로이의 마음이라고 해도 등장인물들이 영어를 쓰는 것은 몰입하는 데 방해되는 요소 중 하나였고 과거에서 온 준이 현재의 준의 삶으로 적절한 시기에 스며드는 건 또 뭔지. 현재에 있어야 할 준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과거에서 보면 미래였을 준은 그대로 없었던 듯이 사라진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저 판타지 장르니까 하고 생각하기엔 내가 너무 현실적인가 보다. 판타지 장르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역시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데미엔젤'의 처음은 판타지 장르라는 요소와 로맨스 소설을 적절하게 버무리지 못하고 아주 멋진 남자 로이와 평범하고 초라한 여자 준의 로맨스, 아버지에게 학대 받아 상처뿐인 준의 곁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로이의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된다. 자신에게 과분한 상대인 로이의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확인하고 자신의 초라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준의 모습은 샤인스피림으로 각성되었을 때 어떤 존재가 될지 예측할 수 있음에도 로이와 준의 사랑을 지켜보는 것에 가슴 두근거리는 감정을 갖게 하지 않았다. 준이 루시퍼와 대면하게 되면서부터 긴장감이 고조되고 목숨을 바쳐 준을 지키려는 일리노아르와 사랑하는 이가 소멸되는 것을 막으려는 준의 사랑이 절절해지기 시작한다.  

 

'데미엔젤'의 저자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샤인스피림이지만 평범한 인간인 준이 악마가 되어 가는 일리노아르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어떤 고통을 견디는지 그리고 학대받고 자란 준의 상처받은 영혼이 사랑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들의 사랑을 절대적인 사랑으로 승화시킨다. 둘의 사랑이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될지, 불행한 결말을 맞게 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서로의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사랑할 것임은 분명하다. 선과 악이 충돌해 어느 쪽이 승리할지 알 수는 없으나 준과 일리노아르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쳐서 싸울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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