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5
이종호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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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인 도엽이 '자살'에 대한 기사를 준비하고 있으나 그가 자살하는 현장을 계속 목격하게 되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홍정희가 도엽의 눈 앞에서 자살한 후 죽기 전에 그녀가 받았다는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메일은 도엽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메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자살한 사람들이 모두 받았다는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메일은 분명 죽음을 부르는 메일이었다. 홍정희가 건물에서 뛰어 내리기 전 뒤를 돌아봤었다. 그때 그녀는 무엇을 보았을까. 아니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혹 자살이 아닌 것은 아닐까. 머릿속이 터져나갈 정도로 많은 생각들이 들어찼으나 죽음 너머의 진실에 가 닿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소설가 선우와 홍정희가 전화로 대화하는 것을 듣게 된 도엽은 그때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도대체 누가 이들의 대화를 들려주는 것일까. 이것이 아니었다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자살 사건에 대한 관련성을 찾아내는 것이 지금보다 더 힘들어졌겠지만 이때부터 도엽은 자신의 눈 앞에서 홍정희가 계속 떨어지는 장면을 보게 되고 간신히 이어져 나가던 자신의 삶이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도엽이 바라보는 자신의 삶 또한 환상이나 망상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연쇄적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는 공포보다 도엽의 삶이 이그러지기 시작하는 것이 더 무서웠다. 그러나 호기심이 공포심을 몰아내 계속 벌어지는 죽음들, 그 이면에 무엇이 있을까 그것이 궁금해서 도엽의 동선을 따라갔는데 도엽이 보게 된 홍정희의 일기를 보게 되면서 죽은 자들의 일상과 그들이 가지고 싶어했던 행복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죽은 사람들이 선택한 죽음의 이면에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라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죽음에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도엽이 막을 수 있는 자살이 있을까. 꼭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것 같은 자살자의 죽음을 그가 막을 수 있을까. '스벵가리의 선물'이라는 메일을 받은 자들은 모두 죽게 되는데 그들은 왜 삶이 아닌 죽음을 선택하게 될까. 인해의 아버지가 트럭에 치어 죽었다는 말을 인해에게 직접 들었을 때 '이프'의 전개가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예측할 수 있었지만 인해만은 그녀만은 정석과의 사랑이 환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었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간절한 바람은 결국 홍정희, 민경, 선우, 도엽이 보았던 환상으로 인해 여지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었지만 나는 지금도 인해의 엄마를 병원에 함께 모시고 가 준 정석의 마음이 인해에게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홀로 남겨진 인해의 엄마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게 될지 그것이 걱정이지만 인해의 엄마 역시 현실이 아닌 환상을 보고 있으니 인해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죽은 이들이 선택한 진실,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꼭 그 진실을 알아야 했느냐, 그 진실이 무엇이라고 고통을 선택하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어리석게도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내내 진실을 쫓고 있을지도 모른다. 삶의 진실이든, 죽음의 진실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죽을 때만 보이는 것을 알아내기 위해 숨이 턱에 차도록 쫓아가고 있을지도. 이렇게 생각하니 삶이 슬프다. 죽은 자들의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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