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의 모습도 청명한 날의 도쿄 타워의 모습도 내게는 모두 똑같게만 느껴질 것 같은데 토오루에겐 방 안에서 창문만 열면 마주할 수 있는 도쿄 타워는 늘 그리운 존재다. 토오루와 연상의 여인 시후미와의 관계는, 세상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토오루의 엄마와 같을 것이다. 잠깐 동안의 일탈일 것이라 여기고, 오랜 시간 내려놓지 못하는 관계가 아니기를 바란다. 토오루와 시후미의 관계를 사랑이라고 이름 붙이지도 않을 것이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그리 열정적이지는 않으나 타인인 내가 편안하게 지켜보게 될 정도로 그 사랑의 모습에는 아련한 그리움 뿐이다. 토오루가 시후미의 전화를 늘 기다리기 때문일 것이며 시후미를 향한 토오루의 감정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잘 어울린다는 발칙한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그 어떤 사랑의 모습이든 그건 사랑일 테니까.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는 코우지와 토오루가 교차하여 자신의 일상을 들려준다. 왜 두 남성을 내세웠을까. 연상의 연인이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여자를 만나고 있는 코우지와 토오루를 통해 내가 뭔가 알아야 할 것이 있는 것일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코우지와의 육체적인 관계에서 야성적이기까지 한 키미코와 코우지는 잘 어울리는 커플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키미코에게 답답함을 느끼는 코우지는 마침내 그녀와 헤어질 결심까지 하게 된다. '버리는 쪽은 늘 자신'이라고 말하는 코우지의 이 몹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의아하다. 인생이 늘 그렇게 바라는 대로 되지 않을진데. 문제는 연상의 여인에게만 마음을 줘 버리는 코우지에게 키미코는 단지 연상의 여자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미래를 함께 할 사람으로 유리를 염두해 두고 있음에도 키미코를 향한 마음을 끊어내지 못하는 코우지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또 어떤 마음을 숨겨 두고 있을까.     

  

코우지와 토오루가 연상의 여인을 마음에 품고 있음에도 그 사랑을 대하는 모습은 다르다. 그 결말도 다를 수 밖에 없지만 토오루와 시후미의 감정이 점점 깊어져 가는 것에 대한 나의 시선은 토오루의 엄마가 바라보는 시선과 다르지 않다. 미래까지 함께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랑이라니, 토오루에게 너무나 불리한 상황의 사랑이 아닌가. 시후미의 남편이 눈치채고 있음에도 두 사람의 관계를 묵인하는 사랑이란, 토오루의 사랑은 수동적인 사랑, 기다리기만 하는 사랑의 모습을 할 수 밖에 없다.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위로한다고 해도, 가질 수 없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에는 바뀌는 것이 전혀 없다. 이것이 토오루, 네가 원하는 사랑이야? 이렇게 묻고 싶을 정도로 그의 사랑은 답답하다. 시후미의 마음이 점점 토오루에게 다가서고 있음에 위로를 받는 그를 보면서 이것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야 할지 망설여진다.

 

솔직히 이곳에 등장하는 그 누구의 사랑도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은 없다. 코우지를 향한 요시다의 마음 또한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요시다를 향한 코우지의 마음은 죄책감일 것이고, 코우지를 향한 요시다의 마음은 피워보지도 못하고 져 버린 사랑에 대한 아픔? 엄마를 원망하고 있지만 자신의 사랑에 대한 가슴앓이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코우지와 요시다의 미래를 보진 못했지만 오랜 시간 뒤에도 함께 하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은 틀린 예감일까. 아아, 사랑이란 참으로 예측할 수 없는 존재다. 어떤 모습으로 나를 찾아올지 그 누구도 알 수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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