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자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행복한 일이 생기면 늘 이 행복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누가 시샘이라도 해서 행복을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 소소한 즐거움에도 감정 표현을 드러내지 못할 때가 많다. 행복 다음에는 불행이 찾아 오지 않을까 두려운 것이다. 결코 불행은 하나만 찾아오지 않는다. 도미노처럼 순식간에 평범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휩쓸고 가 버린다. 교코의 가족이 그러했다. 처음 교코의 가족에게 일어난 일은 작은 방화 사건으로 시작했으나 이 사건으로 점점 아이들이 웃음을 잃어버리고 내 집을 마련하여 화단을 가꾸며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은 교코의 바람마저 산산조각 내어 버린다. 모든 것은 남편 시게노리 탓이다.

 

시게노리가 자수를 하였다면 사건이 크게 번지지 않고 마무리 되었을 일을 경찰들은 이 사건에 기요카즈회를 수사한답시고 그들을 끌어들이고 시게노리가 방화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한 가정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경찰들이 감시하고 시게노리가 방화범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면서 교코는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삶에서 벗어나 폭주하기 시작한다. 교코가 마트 직원의 인권을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내용은 별 필요가 없는 이야기였다. 교코가 앞으로 남편 시게노리의 잘못으로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 사면초가에 고립되어 살아가는 교코가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기 위해 넣은 것이겠지만 이는 개연성이 부족하다. 밑바닥까지 내려간 교코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녀가 선택한 최악의 상황을 그려놓음으로써 평범한 가정이 얼마나 간단하게 부서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자 했다면 제대로 보여준 것이 맞지만 교코의 선택에 '희망'을 담아 놓았다면 달라진 결말에 안도하며 독자들은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었을 것이다. 불행, 불행 또 불행, 이것들만 담아 놓으면 독자들이 책을 읽을 이유가 있는가. 소설이 현실과 같다면, 여기에서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다면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작가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구노 형사와 하나무라의 대립은 경찰들의 업무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 개인적인 복수심까지 담겨 있다. 한 여자가 얽혀 있어 하나무라는 "구노만은 용서할 수가 없다"고 부르짖고 있지만 구도에 의해 감시를 당하며 경찰직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에 몰린 부정부패의 대표격인 하나무라가 구노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나무라의 복수심 덕분에 그가 가요카즈회가 손을 잡고 불량 학생들인 유스케와 요헤이까지 중요 인물로 등장시켰으니 주부인 교코, 형사 구노, 불량학생들 요헤이, 유스케, 히로키 조폭 가요카즈회까지 등장하여 작은 방화사건을 거대하게 만들어 꼭 등장할 필요가 없는 인물까지 등장시켜 교코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사건으로 만들어 버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교코를 힘들게 하는 시게노리에 대한 구노의 감정은 범인의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서 교코를 죽은 아내와 동일시 하는 상황에 이르고 교코의 선택에 가장 안타까워 한다. 그가 교코의 잘못을 덮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역시 직업이 경찰인지라 공정하게 처리한다.

 

교코가 선택한 삶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그녀는 가족을 스스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교코가 좀 더 강한 모습을 보여줄 순 없었을까. 아이와 함께 지금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순 없었을까. 시간을 조금만 되돌릴 수 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고 후회하는 그녀를 보면서 행복은 조금의 틈만 생겨도 무너질 수 있지만 이대로 무너져 버릴 것인지, 지금과 다른 삶을 살아가겠지만 견디는 것을 선택할지는 오로지 자신들의 몫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노는 교코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그나마 살아갈 의지 정도는 남아 있으니 다행한 일이다. 그것이 자신만을 위한 삶이든,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한 삶이든, 이 결정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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