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히다리 포목점 - 오기가미 나오코 소설집
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민경욱 옮김 / 푸른숲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고양이 사부로 씨가 안내하는 '히다리 포목점'은 단편 [모리오]와 [에우와 사장]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모리오와 에우가 '히다리 포목점'에서 마주친 적은 없겠지만 나는 고양이 사부로 씨를 통해 이 두 사람이 어떤식으로든 인연이 닿아 있을 것이라고 느낀다. 고양이와 소통하는 에우, 사람과 고양이의 귀를 파주는 요코, 어머니가 쓰시던 재봉틀로 꽃무늬 스커트를 만들어 입는 모리오, 재봉틀 소리 '다다다' 소리를 들어야만 비 오는 날 두통 없이 잠을 잘 자는 카트린느,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오랫동안 여운이 남아 아련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고양이 사부로와 대화를 나누는 히다리 포목점의 주인이라, 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고양이와 소통하는 에우도 있으니 일단 믿고 안믿고의 여부를 떠나 사람들 사이의 각박한 일상을 바라봐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 편안하다. 꽃무늬 스커트를 입는 모리오를 떠올리며 남자가 치마를 입다니, 생각한 편견은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그리 만든 것이라고 이해했다. 모리오가 말해주지 않았으니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재봉틀로 옷을 만드는 엄마의 두 다리와 엄마가 입고 있는 스커트를 보며 안도하고 편안해하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그립구나 하고 이해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재봉틀로 옷을 만들어 주시고는 했는데 그때 쓰던 낡은 재봉틀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너무 낡아 버렸을 것인데 재봉틀에 대한 나의 기억은 모리오처럼 그리 오랜시간 나와 함께 하지 않아서 그냥 기억을 떠올리면 전체적인 윤곽만 떠오를 뿐 희미할 뿐이다. 엄마가 발을 움직이며 손으로 재봉틀을 돌리던 기억들이 드문드문나고, 만들어주신 옷을 입으며 즐거웠던 기억도 나는데 어찌된 일인지, 재봉틀이 집 안에서 사라져도 그리 슬펐던 기억이 없다. 나에게는 재봉틀이 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물건이 아니었나 보다. 그것보다 털실로 스웨터를 짜 주시던 엄마의 모습이 더 그리워 나도 엄마가 짜주신 스웨터를 입으면 힘이 날 것 같다. 그렇다고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엄마의 품 안이 모든 것이었던 그때가 그립다.
암에 걸린 고양이 '사장'과 함께 일상을 꾸려가는 에우와 요코의 일상은 사장으로 인해 특별해진다. 에우와 사장의 친근함을 보며 질투를 하기도 하는 요코는 그 누구보다 사장이 죽어가는 모습에 가슴 아파한다. 요코도 '히다리 포목점'을 다녀가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인생에 있어 전환점을 맞이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히다리 포목점'은 모리오와 에우가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힘이 되어 주었고 요코의 마음도 치유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때론 마음의 치유를 받고 싶은데 '히다리 포목점'을 찾아가면 안될까. 어쩌면 '히다리 포목점'이 나의 눈에는 안보일 수도 있을것 같다. 고양이 사부로 씨가 히다리 포목점까지 안내를 해야 겨우 찾을 수 있으니 길 눈이 어두운 나는 이곳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동물들을 무서워하니 고양이가 빤히 쳐다보며 따라오라는 행동을 해도 무섭다고 느끼며 포기하고 고양이를 피해 왔던 길로 다시 돌아가 버릴 것이다. 그 길이 '히다리 포목점'으로 가는 길인지도 모르고 소중한 뭔가를 놓쳐버린 것도 모른 채 그렇게 지금까지와 같은 일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아, 이런 생각만으로도 마음 속이 텅 비어 버린 듯 아파온다.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