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졌다! 사계절 그림책
서현 글.그림 / 사계절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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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상상력이란 그 끝이 어디일까. 키가 작은 아이의 키가 크고 싶다는 바람은 지구를 넘어 온 우주를 집어삼킬 정도로 간절하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비를 맞으니 저 하늘 끝까지 커지고 지구를 넘어 우주까지 커버린 아이는 그야말로 신이 났다. 새 친구도 사귀고 별똥별 사탕도 먹고 그러다가 지구까지 삼켜 버린다. "엇, 갑자기 어두워지네. 무슨 일이지?"하며 사람들은 깜짝 놀랐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뱉어낸 다음에야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아이는 우주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 아빠의 목에 떨어진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밥을 먹으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들려준다.

 

커지고 싶다는 바람이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아니다. 친구보다 작은 아이의 바람으로 키가 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다리를 밀대로 밀고 천장에 거꾸로 매달리고 철봉에 매달려 다리에 고기를 묶어 개가 잡아당기게 하는 행동을 해야할 정도로 간절하다. 머리와 허리를 잔뜩 구부려 다리를 밀대로 미는 모습은 우습긴 하지만 우유를 많이 마시고 음식들을 많이 먹으면 커질까 싶어 열심인 먹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아이는 어떤 일이든 키가 커질 수 있다면 모두 다 해볼 작정이다. "얼른 크면 좋겠어요" 간절한 마음으로.

 

서현의 "커졌다"는 아이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그리고 있다. 천정에 테이프만을 붙여 어떻게 매달릴 수 있겠으며 밀대로 민다고 키가 커지겠는가. 어느날 책에서 나무가 자라는 걸 본 후 나무처럼 비를 맞은 후 엄청나게 커지게 되기까지 그야말로 모두 상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아이의 발가락 끝으로 뿌리가 보이는 것을 보니 나무가 된 모양이다. 비를 맞으니 나무처럼 쑥쑥 자라난다. 버스를 스케이트처럼 타고 다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경악을 하고 아이의 모습을 사진으로 마구 찍어대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아이의 발에 밝힐 정도이니 이것은 그야말로 이건 재앙 수준이다.

 

몸이 자라니 목이 마르면 물을 엄청나게 마셔야 하고 마트를 통째로 털어 넣어야 허기가 가시는데 이미 커질대로 커 버린 몸이 비를 맞으면서 또 자꾸만 커져간다. 아이는 구름을 뚫고 우주까지 갈 수 있어 신이나지만 계속 커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가 마냥 신나고 즐겁기만 하다. 다행히도 삼켜 버린 모든 것을 뱉고 나니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비록 다시 예전의 작은 몸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는 행복해 보인다. 잠시동안이지만 꿈을 이루었다는 것, 다른 사람들이 가보지 못한 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어 행복하다. 엄마, 아빠에게 그동안 겪은 모험을 이야기하는 아이는 즐겁다.

 

누구나 다 키가 크길 바란다. 키가 작은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그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나의 마음은 슬프기까지 한다. 성장이 끝났을 때 아이의 키가 작다면 어쩌나. 키는 작을지라도 꿈을 크게 가지면 된다는 위로만으로 아이가 슬픔을 떨칠 수 있을까. 서현의 "커졌다"에 등장하는 아이처럼 비를 맞아 몸이 점점 커져서 우주로 나가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온다면 마음이 넉넉해질까. 별별 생각이 다 난다. 이렇게 상상만으로도 큰 세상을 그려볼 수 있다니 아이의 상상력은 그 끝을 알 수가 없구나. 역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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