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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소년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3 ㅣ 링컨 라임 시리즈 3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모든 것을 이렇게 깔끔하게 해결해 버리다니, 링컨 라임이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이 있을까.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뛸 수 없지만 사건 해결 능력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그가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수술을 받아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상태가 되면 색스와의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 거라는 마음만은 현재 유일하게 그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일 것이다. 라임이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의 곁에 머물기 원하는 색스와 그녀와의 사랑에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싶은 라임 사이는 과거 두 사람이 만났던 그때 보다 많이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 수술을 받기 위해 태너스코너에 온 라임과 색스에게 곤충소년 개릿을 찾아달라는 의뢰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라임과 색스가 맡는 사건들 중 가장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을 본 후 이 사건도 소설 속의 한 장면이라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말이다.
라임은 증거들이 보여주는 것만 믿는다. 그와는 달리 색스는 사람들이 드러내지 않는 내면의 진실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라임은 의뢰 받은대로 한 소년을 죽이고 메리베스와 리디아를 납치한 개릿을 잡는다. 그러나 색스는 개릿을 탈옥시키고 그와 함께 개릿이 메리베스를 숨겨 놓은 곳으로 간다. 이제 살인자의 손에서 색스를 구하기 위해 곤충소년 개릿과 라임의 숨막히는 대결이 시작된다. 개릿의 탈옥을 돕는 색스를 보면서 그녀가 개릿의 눈을 보며 느낀 것들이 모두 맞기를 바랐다. 그렇지 않다면 그녀 또한 안전하지 않을 것이다.
라임이 믿는 그 증거란 것은 한 사람을 전혀 다른 인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지닌다. 이 마을의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곤충소년 개릿은 개미 한 마리도 소중하게 여기는 소년이다. 정말 이 아이가 말벌로 사람들을 죽였을까. 손톱을 튕기며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는 개릿이 좋아한다는 메리리베스는 왜 납치한 것일까. 그의 말대로 정말 위험으로부터 지켜주려 했을까. 모든 의문은 곧 라임에 의해 해결이 되지만 색스가 제시를 죽였을 때 이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라임도 어쩌지 못하는 사건이 아닐까 절망했다. 개릿이 삽으로 빌리를 죽였다는 메리베스의 말을 들은 후 그녀가 믿을 수 있는 진실은 없었다.
개릿은 경찰에게 붙잡혔을 때 메리베스를 어디에 두었는지 진술하기를 거부했다. 그녀를 그대로 둔다면 굶어죽거나 질식해서 죽을 것이므로 개릿이 메리베스가 어디에 있는지 말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지만, 아니 어쩌면 그냥 죽게 놔둘수도 있겠다. 위험한 사람들 손에서 죽어가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니까. 그런데 개릿보다 메리베스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려는 경찰들의 초조함이 극에 달한다. 메리베스를 찾는 게 중요하다 하겠지만 뭔가, 그들이 숨기는 뭔가가 있다.
색스와 개릿의 뒤를 쫓으면서도 제시의 색스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했다. 개릿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와 함께 하는 색스에게 신뢰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녀에 대한 호감일까? 색스에게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를 폭발시키는 루시 또한 그 마음을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유방암으로 수술을 한 후 느낀 남편에 대한 배신감과 자신에 대한 배신감을 색스에게 모두 분출한다. 컬보, 숀, 토멜 일당과 메이슨의 위협에 더해 색스를 죽이려고 하는 루시의 맹목적인 분노는 이 사건의 긴장감을 최고로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
리디아는 살인 사건이 일어난 곳에 왜 꽃을 놔 둔 것일까. 이곳에서 개릿에게 납치당하는 리디아를 보면서 경찰들이 이 위험한 곳에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게 해 놨다는 것이 놀라웠다. 살인범인 개릿이 그곳으로 올 것이라 생각지 못했던 것일까. 리디아까지 개릿에게 납치당한 것이 안타까웠다. 이 마을 모두가 무대에 올려진 한 편의 연극을 보여줬다는 것을 알게 되면 머릿속에 들어 있던 내가 믿었던 진실들이 와르르 무너지지만 그때까지는 리디아가 납치당한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었다.
하나의 사건이 여러 개의 사건과 맞물리면서 절묘한 타이밍으로 명쾌하게 해결되어 버리는 '곤충소년', 라임이 아니었다면 해결 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가 이곳에서 끝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지만, 이 또한 분명 명쾌하게 해결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