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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천사
사쿠라바 가즈키 지음, 박수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제철천사'는 누구라도 쉽게 읽어지지 않는 소설일 것이다. 만화를 소설로 담아냈다는 글을 본 후에야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아즈키가 보여주는 세상을 따라갈 수 있었고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어린 나이에 질주본능을 느낀 여자 아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횡단하는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추고쿠 지방의 하이웨이를 통일시키고 홀연히 사라진 폭주단 <제철천사>, 이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설이 되어 전해지고 있었다. 아니, 단 한 명만의 입을 통해 들었을 뿐인데 그가 전설 속에 등장하는 영웅으로 각색하여 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아즈키의 이야기는 전혀 현실성이 없었다. 얌전하게 공부 잘하고 있던 아이들이 가슴 속에 잠들어 있는 불꽃이 터지듯 질주본능을 느끼고 튀어 나가면 어른들은 "백말띠라 그렇다"며 이해해 버린다. 그러나 다른 폭주단에게 제압당해 버리거나, 어른이 되면 이 질주본능은 갑자기 사라져 버려 예전의 얌전한 아이로 돌아가게 된다. 질풍노도, 그것은 역시 사춘기 아이들만이 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인 것인가.
새빨간 오토바이가 제 스스로 아즈키의 곁에 왔다는 것이 한 편으로 어이없는 설정이지만 만화라고 생각하면 이해못할 것도 없다. 영화에서도 흔한 소재이니까. 철의 사랑을 받아 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아즈키이고 보면 새빨간 오토바이가 스스로 아즈키의 곁에 왔다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니까. 그때부터였다. 바람을 느끼며 오토바이를 타고 하이웨이를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
'에드워드 족'과의 싸움에서 조각칼로 멋지게 몸에 글씨를 새겨주는 아즈키, 이 현란한 몸동작이라니 역시 그녀는 평범하지 않다. "우정은 사람을 강하게 합니다"라고 말하며 에드워드 족에게 잡혀간 스미레를 구하러 가는 아즈키의 모습은 추고쿠 지방을 통일할 재목으로 보인다. 쇠파이프만 가지고 가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스미레를 뒤에 태우고 바람을 가르며 도로를 질주하는 아즈키의 모습은 '자유' 그 자체였다. 하이웨이라고 쓰고 자유라고 읽는다, 며 오늘 즐거우면 내일 죽어도 상관없다는 폭주단 아이들, 그들의 마음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으나 역시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돌리고 만다. 아즈키가 리더로 있는 폭주단 <제철천사>를 아무리 좋게 봐 주려고 해도 봐줄 수가 없다. 칼이나 체인, 죽창, 쇠파이프 등으로 싸우는데 '트라이앵글'이나 '나팔'을 들고 다니는 것은 애교로 봐줄 정도다. 누구 하나 죽어나가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위험한 무기들로 싸운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면 폭주단들과의 싸움의 끝은 이긴 쪽에서 제압의 표시로 유성매직으로 몸에 낙서를 하는 것인데 이것만은 어린애다운 행동으로 보여 그나마 봐줄만 하다.
<제철천사>의 마스코트인 스미레가 고등학생이 되어 폭주단을 떠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처음부터 스미레가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고 아즈키의 곁을 떠나는 것에 더이상의 미련은 없어 보였다. 다만 그냥 이렇게 스미레가 평범하게 살아갔다면 좋았겠지만 어떤 일이든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바람을 느낀 아이들이라면 좀 더 순수하게 살아갈 것 같으나 스미레는 그렇지 않았다. 어른이 되면 하이웨이를 떠날 수 밖에 없는 아즈키가 추고쿠 지방의 하이웨이를 통일시킨 후 할 수 있는 행동이라면 역시 '영원한 나라'로 가는 길 뿐이었다. 스미레도 함께 가길 바랐지만 함께 할 수 없었기에 슬픈 길이겠지만 아즈키는 그곳에서도 여전히 새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다닐 것이다. 빠라바라, 빠라바라......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