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헌트 1 - 구교사 괴담
오노 후유미 지음, 박시현 옮김 / 북스마니아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언제쯤 유령이 나오는 걸까. 책 중반쯤 넘어가서도 유령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뭐, 꼭 유령을 봐야한다 그런 것은 아닌데 무서우면서도 아무 일 없이 끝나면 뭔가 허전하고 섭섭해서 말이지. 그렇게 되면 이곳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별로 할 일이 없어질테니 뭔가 일어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분명 구교사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 불려온 영능력자들은 그들 눈 앞에 보여야 할 유령들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무녀님과 쿠로다 여사는 '영'이 있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상한 느낌만 받을 뿐 '영'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구교사에 유령이 있다는 건지, 없다는 것인지 스님, 무녀님, 마사코, 쿠로다 여사의 토론을 넘어선 논쟁을 보고 있으려니 답답해진다. 무엇보다 쿠로다 여사의 구교사에 대한 집착이 이해가 되지 않는데 구교사에 꼭 유령이 있어야 한다는 듯 그 기세가 상당하다. 

 

나르는 정밀하고 비싼 기계를 다루고 있어 영능력자라는 생각이 안들지만(물론 본인도 고스트 헌터라고 했지만) 나르를 제외한 다른 이들도 이 괴상한 집단이 영능력자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모두들 개성이 강하고 실력도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 구교사를 무너뜨리기 위해 대외적인 이미지를 위해 교장이 불러들인 존재일 뿐이라 해도 그들은 이대로 물러날 순 없을 것이다. 부끄러워서라도 무언가 해내지 않는다면 이곳을 떠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럼, 이들 중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까. 제령에 실패하고 지박령이니 어쩌니 매번 말을 바꾸는 무녀님? 아니면 가만히 보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이 말만 많은 파계승 스님? 다른 곳은 멀쩡한데 한 곳에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는데도 이것이 전부 지반이 약해 건물이 무너지는 것 뿐이라는 나르를 믿어야 할까. 아니야, 이상한 일이 일어난 이곳에는 분명 나르가 폴터가이스트의 짓이라고 했었지. 마이가 무너지는 신발장을 만졌을 때 따뜻했었으니까. 폴터가이스트가 맞을 것이다. 그나마 실력이 있어 보이는 존을 믿어볼까. 그의 사투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구교사 일 같은 건 잊게 되고 말지만 영능력자들 중에서 그나마 실력이 있어 보이는 존을 믿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냉철한 표정의 아니 냉혹하기까지한 표정의 시부야(아니 나도 '나르'라 부르련다) '나르'는 구교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지반이 약해서 생기는 일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모든 현상을 논리적으로 대답해 버리니 얄밉긴 하지만 나르의 의견이 가장 믿을만 하긴 하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곳에 유령의 존재가 없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이대로 학교괴담이 사라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어쨌든 이 일이 해결되긴 한다.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르에게 명쾌한 해답을 듣고 나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냉혹하고 까칠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는 것을 보니 고스트 헌트라고 해도 그리 매정한 인물은 아닌 모양이다. '고스트 헌트'에서는 마이가 대부분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그녀에게 특별한 능력은 보이지 않는다. 나르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기 위해 숨겨진 영능력자였었다, 라고 하면 좋으련만 잡다한 일에나 부려먹을 딱 그정도의 인물로 등장한다. 적당하게 나르과 마이의 인연은 계속 이어지고 새로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나 본데 설마 영능력자들 모두 다시 보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 존과 마사코까지는 괜찮지만 스님과 무녀님은 성격이 까칠해서 별로다. 나르도 까칠하긴 하지만 잘 생겼으니까 봐 준다. 매 사건마다 두 사람의 토론을 넘어선 논쟁을 보고 있으려면 머리가 아플 것이다. 제대로 사건을 해결하면 그나마 다행일텐데, 나르보다 실력이 없으니 이것도 기대하긴 힘들터,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할지는 두고봐야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