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야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백야행'의 속편이라 해서 읽었는데 속편은 아니고 '백야행'이 인기가 있으니 그 소재를 그대로 가져와 등장인물만 달리 해서 쓴 책인듯 느껴졌다. '백야행'에서는 료지와 유키호를 제외한 타인의 시선으로 두 주인공을 지켜봤다면 '환야'는 마사야와 미후유의 시선에서 모든 것을 바라볼 수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백야행'에서 알 수 없었던 료지와 유키호의 심리를 '환야'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즐거움은 있었지만 불행한 어린 시절을 지켜봤기에 료지와 유키호의 삶은 조금의 동정심을 가질 수 있었으나 '환야'에서의 미후유 행동은 시간이 흐르는 것이 더디게 느껴질 정도로 역겨움만 안겨주었다.  

 

거기다 '환야'에 등장하는 가토 형사는 어떠한가. '백야행'에서 료지와 유키호를 쫓는 사사가키와 다르게 형사가 아니라 범죄자 같은 느낌을 주었다. 거들먹거리며 사람들을 위협하며 미후유에 대해 탐문을 하러 다니는 가토의 모습은 그리 정의감 있어 보이지 않는다. 자신도 말했었지만 미후유에 대해 알아보러 다니는 이유가 그녀에게 반했기 때문이라고 했으니 그녀를 대하는 마음에 끔찍한 상상이 들어있지 않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 과연 그러할까. 가토는 그녀에게 어떤 거래를 제안할지도 모를 일이다. 미후유가 자신에게 뻗어올 손길을 가슴이 두근거릴정도로 기대하지 않았는가. 한 여자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백야행'을 읽었을 땐 료지가 유키호와 함께 하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여겼었다. 그러나 '환야'를 읽고 난 후에는 이 생각이 바뀌었는데 료지 또한 마사야처럼 유키호의 계획에 의해 그녀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유키호를 지켜주었던 료지가 너무 안쓰럽다. 마사야는 자신의 손으로 만든 삶이었기에 동정심을 느낄 수 없지만 유키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자신의 삶까지 파괴하며 살아왔던(료지가 그랬을 것이라 믿는다) 료지는 자신의 삶을 바꿀 기회조차 없었기에 더 안쓰러운 것이다. 마사야는 미후유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른 삶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를 향한 사랑이 그의 삶을 지탱해주는 모든 것이었기에 내려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말은 두 작품이 비슷하다. 미묘한 차이가 있어 개인적으로 '환야'에서 맞은 결말이 더 마음에 드는데 그 이유는 그럴듯하게 현실적이기때문이다. 미후유에게는 최상의 결말일 것이다. 유키호는 아니었을 것이다. 단지 내 생각일 뿐이지만 유키호가 료지에게 의존하는 마음도 있었다고 생각된다. 미후유에게 마사야는 없어도 되는 인물일 뿐이지만 유키호에게 료지는 꼭 필요한 존재였을 것이다. 마사야에게도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결말이었을테지만(자신도 그렇게 믿었을 것이지만) 지금도 자신이 목표한 곳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유키호와 미후유를 생각하면 그녀들로 인해 불행해질 다른 이들이 떠올라 쓸쓸해진다. 죽음에 이르면 그들의 악행은 멈춰지겠지만 그들이 쓴 가면은 죽어서도 벗겨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들 자신밖에 없을 것이므로 누가 진실을 알 수 있겠는가.

 

'백야행'과 '환야'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겠지만 나에게는 같은 느낌을 주었다. '환야'에서 료지가 없이 살아가는 유키호의 삶을 보여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든다. 유키호의 고백을 통해 진실을 들었다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로 인해 지루했을지도 모르나 죽기 전까지 그녀의 삶이 평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새로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료지와 유키호의 마음이 알고 싶다. 마사야와 미후유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궁금한 것은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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