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요괴가 나타나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책 안에 우부메의 그림까지 있었으니 이렇게 생각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교고쿠도가 "이 세상에는 이상한 일 같은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해 사건을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해도 20개월 째 출산하지 못하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면 누구라도 그 뱃속에 무엇이 있을지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다. 료코가 탐정 에노키즈를 찾아온 것은 어떤 운명이 작용해서일 것이다. 아니, 세키구치가 그곳에 있었던 것이 운명이라 할 수 있겠다. 교고쿠도와 세키구치와 인연이 있는 마키오가 실종된 사건이라 그냥 두고볼 수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교고쿠도는 세키구치가 없어서는 이 사건이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에노키즈에게 가 보라 말한다.

 

마키오가 대신 전해주기 원했던 편지를 받은 여자는 교코일까, 료코일까. 누구일지 짐작이 가능하지만 피를 흘리며 세키구치를 바라봤던 이 여인과 세키구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을 것일까. 이에 대해 말하려는 세키구치를 말리는 교고쿠도에 의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번번이 사라져 버려 궁금증만 커져간다. 그냥 놔 두었어도 해결될 사건을 자신이 나섰다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교고쿠도, 그러나 분명 그가 아니었다면 사건이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가족들조차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잘 알지 못한 채 끝이 났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결된 것을 해결되었다고 봐야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또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될 일은 끊어진 셈이니 다행한 일일 것이다.

 

탐정 에노키즈는 이제 경찰에 신고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 모르겠으나 세키구치는 이렇게 사건을 포기할 수 없어 홀로 사건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사실 교고쿠도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한다. 의뢰받은 에노키즈는 료코의 청에 의해 마키오의 생사에 대해서만 알면 끝이지만 세키구치는 이대로 끝낼 수 없었던 것이다. 교고쿠도가 설명한 것을 들으니 료코의 가족에게 생긴 일이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는 있으나 20개월 째 출산하지 못한 교코의 몸에 일어난 일은 기이하기만 하다. 오랫동안 출산하지 못했다는 것이 기이한 것이 아니라 그 뒤의 일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녀에게 일어난 일이 너무나 끔찍하지 않은가 말이다.

 

대를 이어 내려온 끔찍한 사건들, 교코도 이 사건의 희생자 중 한 명이다. 일그러진 사랑으로 인해,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해야 했던 교코, 그녀는 끝까지 자신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료코와 세키구치의 인연도 이것으로 끝이 났다.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세키구치를 평생 괴롭힐 테지만 그녀가 세키구치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편안한 마음이 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이렇게 밖에 악행을 끊어낼 수 없었기에 누구에게나 아픔이 될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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