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엠툰 - 개정판
정헌재 지음 / 대교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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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온통 사랑에 대한 아픔을 이야기하고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겨울부터 가을, 여름, 봄으로 가는 것을 보니 나중에는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나 보다. 사랑은 짧고 가슴앓이는 길다. '포엠툰'은 사랑후의 이별, 그리고 그녀와의 추억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한다. 서로에게 모진 말로 가슴 아프게 한 일, 화살들이 서로에게 박혀 있어 끌어안을 수 없는 상황은 꼭 나를 보는 것 같았고 사랑을 하는 동안은 미워하는 마음이 더 컸으나 이별한 후엔 좋은 기억만 나는 것은 누구나 똑같구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다르게 생겼어도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렇지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외롭지가 않았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렇게 가슴아파 하는 이들이 있겠지. 이 밤, 잠 못드는 이들이 있겠지.

 

세상은 영원한 사랑에 대해 노래하나 처음의 열정과 계속 끝까지 가지고 가는 사랑은 없다. 단지 그 사랑이 더 깊어질 뿐. 이별이 두려워 사랑을 하지 않겠느냐의 물음에 만약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그건 너무 바보 같은 짓이다. 또 가슴아파할까 두려워도 사랑을 향한 설레임과 떨림을 외면하지 말자.

 

사랑을 하면 모두 시인이 된다? '포엠툰'에 담겨져 있는 글들은 모두 '시' 같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눈물이 나는 것이 이별 후의 아픔일 것인데 "다시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라니, 새로 다가온 사랑에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서는 '나'는 진정 용기 있는 사람이다.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사랑을 하게 되면 할 것이라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많은 것을 바라는 마음 앞에,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 앞에 또 상처받고, 상처주고 가슴 아파하게 되겠지만 조금은 물러설 수 있을 것이다. 예전의 열정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처음과 같은 열정은 다시 없을지라도 조금씩 나의 사랑을 완성해 나갈 것이다. 사랑 후의 이별에는 면역력도 생기지 않는다는데, 후회없는 사랑이 되기 위해 그녀의 곁에 다가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나'는 분명 예전의 '나'와 다를 것이다. 다시는 사랑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일이 없기를. 늘 봄날과 같기를 바란다.

 

창 밖에 조용히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가슴 속에 천천히 스며드는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렇게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연인들의 마음과 같이 때론 쓸쓸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들에게 곧 다가올 새로운 사랑은 나까지도 설레이게 한다. 겨울, 가을, 여름, 봄을 함께 보내면서 옛 추억에 잠긴다. 나에게도 따스한 봄날의 설레임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있기를, 손만 잡아도 설레이고 행복했던 그 시절을 추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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