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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삭이는 자 1 ㅣ 속삭이는 자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속삭이는 자'는 동굴 속에 갇힌 듯한 한 소녀와 고란과 밀라, 스턴, 보리스, 로사 등이 함께 하는 수사팀 그리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신분을 알 수 없는 죄수번호 RK-357/9의 이야기들이 교차하며 사건이 전개된다.
'악'이 도사리고 있는 곳에 아이의 시체가 놓여지고 앨버트의 의도대로 경찰들에 의해 악이 단죄된다. 앨버트의 정의대로 세상에 그 악이 드러나지만 정작 앨버트가 만들어 놓은 악은 완전한 모습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사라진 다섯 명의 소녀, 그리고 생존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여섯 번째 소녀. 여섯 번째 소녀를 구출하기 위해 수사팀에 긴박감이 흐르고 로사의 밀라를 향한 분노마저 이해가 될 정도로 여섯 번째 소녀를 찾는 일은 이들에게 절실하다. 다섯 명의 소녀들이 살아 있을 것이라 생각진 않지만 아이의 시체가 나타날 때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어느 죽음이나 가슴 아프고 슬프지만 아이들이 희생된 사건은 아주 오랜시간 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타인에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밀라, 아내가 갑작스럽게 떠난 고란 이 두 사람은 타인에게 말하지 못하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죽은 아이를 잊지 않기 위해 칼로 허벅지에 상처를 내며 울음을 터뜨리는 밀라의 모습은 처연하고 슬프기보다 섬뜩하기까지 하다. 진실들이 하나씩 세상에 드러날 때마다 수사팀 사람들이 숨기고 있던 진실도 하나씩 벗겨져 나가고 앨버트가 계획해 놓은 것들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다.
니클라 수녀에 의해 밝혀지는 앨버트의 실체, 앨버트가 뿌려 놓은 악의 씨앗들. 어디에 시선을 둬야할지, 아니 어디에 마음을 둬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과연 앨버트가 잡힐지조차 알 수가 없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 밀라만이 이 사건의 모든 퍼즐을 쥐고 있고 그녀만이 앨버트를 잡을 수 있다. 언젠가는 밀라와 앨버트가 마주보게 될 날이 오겠지만 아직 그녀에게 그 시간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의 속삭임이 끝나지 않는 한 밀라도, 여섯 번째 여자아이의 이야기도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앨버트'는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악을 만든 것일까. 아니 얼마나 많은 악을 깨운 것일까. 그 자신도 알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