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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
쓰쓰이 야스타카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앗, 당했구나. 첫 장부터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으니 당한 것이 맞을 것이다. 이 간단한 트릭에 당하다니, 예전에도 당한 적이 있던 트릭인데 또 당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솔직히 한정된 공간과 한정된 인원 속에서 범인을 찾아내고자 한다면 이 트릭 밖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것이다. 꼼꼼하게 읽었다면 알아낼 수 있었을까. 너무 대충 읽은 것이 아닌지 후회가 된다.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의 저자 쓰쓰이 야스타카가 작정을 하고 속였으니 알아채는 것은 어려웠을 테지만 말이다.
경찰들이 있는데도 두 번째, 세 번째 살인을 저지른 범인은 누군지 예측 가능했다. 총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미 시게키가 범인으로 가장 유력했지만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다는 점에서 알리바이가 있어 혼란스러웠다. 그럼 누구지, 이 저택을 아는 구도인가? 결말을 알기 전까지만해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착각의 늪에 빠진줄도 모르고 이번에는 기필코 범인을 밝혀내리라 결심까지 했으니 작가가 봤으면 얼마나 웃었을 것인가.
살해 동기를 보면 시게키에겐 동기가 없어 보였다. 억지로 끼어 맞춘다면 히로코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고 보니 그녀와 결혼한다면 빚을 갚지 못해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을 터라 죽여야겠다 생각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았지만 두 번째, 세 번째 살인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시게키도 제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다음에는 '구도'인데 그도 자신의 일이 아닌데 특별히 타인을 위해 살인을 저지를 이유가 없어 보였다. 아무리 시게키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렇다면 노리코의 아버지 기우치인가. 사윗감으로 시게키를 심중에 두고 있으니 시게키가 히로코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된 후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를 수 있긴 하지만 그것도 이정도까지다. 딸인 노리코까지 희생할 이유는 없으니까. 이렇게 쓸데없는 엉뚱한 상상을 하고 있었으니 작가의 계략에 빠져 도저히 헤어나오지 못하는 게 당연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저자 쓰쓰이 야스타카가 만들어 놓은 트릭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좋아, 인정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였고 대단한 트릭이었다. 이런 밋밋한 이야기에 반전을 심어 두기 위해 이 트릭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소설로 독자들에게 외면을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트릭을 알아챈 후 남은 이야기는 짐작이 가능해서 남녀 사이의 애정문제를 서로 감추지 않고 고백했다면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에 '로트레크 저택 살인 사건'의 등장 인물들을 마음속에서 내려 놓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고백한다고 사랑이 이루어졌을까 생각해 보면 답은 부정적이긴 하지만 더 큰 불행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기에 더 안타까운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