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슨 리버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임헌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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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선홍빛 강'이란 글로 연쇄살인범을 잡기란 어려울텐데 니에망과 카림은 탁월한 능력과 감각 그리고 머릿속에서 떠오른 본능으로 살인범 가까이 다가간다. 니에망 혼자서 사건을 풀어나갔다면 퍼즐을 완전하게 맞출 수 없었을 것이다. 다른 곳에서 카림 혼자 무덤을 파헤친 범인을 추적하다 다다르게 된 것이 게르농이었고 이곳에서 살인 사건을 조사하는 니에망을 만나게 되며 살인사건은 완전하게 해결되게 된다. 완전하게? 이것을 완전하게 해결했다고 볼 수 있을까. 너무나 허무하게 끝이 나 버려 완전하게 라는 단어를 쓰기가 저어된다. 연쇄살인범의 살해 동기가 '복수'라는 것이 문제였지만 이런 식으로 결말을 맺는 것은 독자들을 너무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될 정도다.

 

카림은 한 소년의 얼굴이 찍힌 사진들이 모두 사라진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 소년의 엄마를 찾는다. 아무런 단서도 없이 카림의 본능에 의해 사건이 하나씩 수면에 떠오르는 것을 보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니에망조차 자신의 본능대로 사건을 파헤치니 이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이 사건은 연쇄살인범에 의해 복수가 끝난 후에도 해결될 수 없었을 것이다.

 

아주 오랜 세월동안 게르농에서 일어난 일을 이곳 사람들이 몰랐다는 것이 이상했다. 어느 누구든 발견할 수 있는 일이었고, 그런면에서 보면 작가 장 크리스토프에 의해 탄생한 '크림슨 리버'의 소재는 참신하나 그리 현실성 있는 소재는 아니다. '크림슨 리버'는 단 한 가족만이 이 일을 눈치챘으며 바로 잡으려고 노력하다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카림과 니에망이 사건의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 두 사건의 접전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죽은 사람중 한 명이 카림이 근무하는 마을을 방문해 한 소년을 무덤을 파헤친 것을 계기로 두 경찰이 사건을 파헤치고 그 끝을 향해 치닫게 되지만 모든 것을 알고 보면 의외로 사건은 단순하다. 연쇄살인범의 동기인 '복수'조차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결말은 더 단순하게 끝을 맺는다.

 

연쇄살인범은 자신의 삶의 끝을 어떻게 끝맺으려 했던 것일까. 카림의 앞에 선 범인의 행동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끝을 맺은 것처럼 보며 차라리 복수를 하지 않고 숨어서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그 끝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물론 범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평범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니 삶 자체를 부정당하는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살아남는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자신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너무나 끔찍하게 죽어간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죽음에 그 어떤 동정심도 느낄 수 없다. 니에망과 카림이 보여주는대로 따라가면 자신의 삶을 알게 된 사람들의 슬픔이,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가엾게 느껴진다. 선홍빛 강의 노예이며 주인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에 의해서 자신의 운명이 바뀌고, 그들이 정해 놓은 삶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들은 남겨진 삶을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복수를 하게 될까. 그냥 그대로 덮어두게 될까. 어떤 결정을 하든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복수는 끝이 났으니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저 주어진 삶을 살아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게르농에서 뒤바뀐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다뤘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텐데 결말의 허무함과 함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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