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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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의 가슴에 박혀있던 가시가 빠져 나오던 날, 지란과 지란의 친아빠 '허'와 함께 울었다. '허'의 나이쯤인 내가 감정적으로 유일하게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엄마가 있는데도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아빠를 봐야했던 지란과 어린 지란의 손에 캐러맬을 쥐어주며 그 앞에서 방탕하게 지낸 아빠 '허'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 끊어낼 수 없는 천륜, 그것이 너무 슬펐다. 타고날 때부터 도둑인 해일과 "도둑 새끼야~~"라고 욕을 하면서도 함께 하는 진오, 지란, 다영의 우정은 너무 예뻐 보여서 도무히 현실 같지 않았다. 나의 학창시절에도 이런 친구들이 있었다면 좀 더 견디기가 쉬웠을까를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는 것을 보면 부러워서 시샘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조용창 선생님은 자신은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하지만 해야될 말은 냉철하게 짚고 넘어가는 직설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백설공주 이야기'에 빗대어 말하고 있지만(당사자만 못 알아듣는지도 모르지만) 이 이야기는 정확히 '미연'을 겨냥하고 있는 말이었고 교사로써 이런 행동조차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생각하지 않아도 저절로 손이 움직인다는 해일에게 도덕적인 관념을 들이댄다면 좋은 녀석과 나쁜 녀석 중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뚜렷하게 보이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조용창 선생님은 아리, 쓰리 병아리를 키운다는 해일, 이 녀석이 마음에 든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감정대로 아이들을 판단해 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해일이 친구들을 데리고 오자 "놀다 가라"고 말하는 해일의 엄마. 진오의 말대로 이런 말은 초등학교 때 이후로 들어볼 수 없는 말이다. 티격태격 싸우시지만 여느 부모님과 다르지 않고, 나이차가 많은 형 해철은 그 누구보다 먼저 해일의 마음을 녹여준다. 깊이 박혀 있는 가시를 빼내는 날, 해일은 해철과 부모님이 있어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도둑질을 하면서도 제발 걸리기를 빌었던 해일은 타인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란은 자신과 다르게 따뜻한 공간속에서 지내는 해일을 부러워한다. 어떤 상황에 놓여 살아가든 해일과 지란은 모두 그리움을 느끼고 조금씩 마음을 열고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진오의 입담에 의해 하하하하 크게 웃어 버리게 되는 '가시고백'. 누구나 하나쯤 이 가시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해일과 지란처럼 가시를 뽑을 용기는 없다. 이것을 뽑아 버리는 날, 가슴은 후련해질지 몰라도 그동안 쌓아온 소중한 것들을 잃을지도 모르기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아마 죽을 때까지 콕콕 찔러 아파진 가슴을 누르며 살아갈 것이다. 툭툭 던져 버리듯 진심을 보여주고 함께 하는 아이들은, 그 나이에 보여줄 수 있는 순수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누구나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미연'에게도 분명 어떤 아픔이 있을 것 같은데 백설 공주를 시샘하는 왕비와 같은 역할로, 타인을 끊임없이 험담하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등장한다. 작가 김려령이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미연이도 어루만져 주었을텐데, 이 아이도 해일과 지란처럼 어떤 사연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미연이도 순수한 모습으로 밝게 웃었던 시절도 있었을텐데, '가시고백'에서 유일한 악인으로 나오지만 아직은 미숙한 감정을 가진 모습으로 기억에 남는다. 진오마저 등 돌리게 한 그녀의 독설은 미연의 가슴에도 가시들이 잔뜩 박혀있을 것 만 같다. 왜인지, 미연의 모습이 나의 마음에 박혀 내내 떨어지지 않는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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