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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드 ㅣ 매치드 시리즈 1
앨리 콘디 지음, 송경아 옮김 / 솟을북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카시아는 잰더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삶을 포기했다. '일탈자' 카이와의 사랑을 선택함으로써 이제 가족들까지 위험에 빠뜨리게 되었지만 그 어떤 희생이 따른다고 해도 그녀는 결코 카이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앨리 콘디의 '매치드'는 카시아와 잰더와 카이의 삼각관계를 다룬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다. 소사이어티내에서 '오피셜'들에 의해 모든 것들이 통제된 상태에서 선택권을 부여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는 세 사람의 사랑과 그들이 지키려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스스로의 삶을 결정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소사이어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먼 우주에서나 일어나는 일들처럼 낯설기 그지 없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도 선택하지 못하고 오피셜들이 정해주는 매칭 상대를 받아 가족이 되어 함께 살아가야 하다니, 그들은 심장이 뛰는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기계 인간과 다를 바가 없는 삶을 살아간다. 카시아는 누군가에 의해 매칭 상대가 잰더가 아닌 카이의 얼굴로 바뀌는 것을 봐야 했고 그때부터 그녀의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오래전부터 예측 되어 왔던 상황이다. 카시아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삶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아니 오피셜들이 처음부터 그 균열을 보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오피셜들이 백 편의 시만 남기고 모두 폐기하였으나 카시아의 할아버지는 콤팩트에 할머니가 숨겨둔 '시'를 간직하고 있었고 이를 카시아에게 남겨 준다. 오피셜들이 정해준 수명에 따라 죽지만 카시아의 할아버지는 다음에 이어질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한다. 자신의 표본을 그들에게 넘겨 주지 않고 다시는 그들에게 미래를 맡기지 않는다. 이는 대단히 위험한 행동에 해당되지만 할아버지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소사이어티의 '오피셜'들이 지배하기 전 세상을 기억하는 이들은 아직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려 하는 것이다.
매칭 상대의 얼굴이 잰더에서 카이로 바뀌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누군가에 의해 카시아와 카이의 만남이 정해져 있었던 거라면 두 사람의 감정을 진정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금까지 끊임없이 되묻고 있는 질문들이다. 카시아는 이미 여기에 대해 확고한 답을 내린 모양이지만 누가 자신의 삶을 바꿔 버렸는지 알지 못하는 한 그 무엇도 완전하게 믿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을 감시 당하는 카시아가 카이를 찾아가는 일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카이를 향한 마음과 그가 남겨 준 공예품만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카이가 있는 곳을 알게 되면 카시아는 꼭 그를 찾아 떠날 것이다.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위해,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