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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젤스 플라이트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6 ㅣ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6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때론 진실을 알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 작품에는 이런 결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모든 것을 알기를 원하냐"고 물었다면? 그래도 바뀌는 것은 없었을 것이다. 나에게 그 어떤 질문이 주어진다고 해도 결말을 알고자 하는 나의 호기심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기에 때론 이 상황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를 슬프게 한다. 결말을 보지 않았더라면 마음이 이렇게 복잡하지 않았을텐데, 누군가 한 번쯤 나에게 물어주었다면 좋았을 것을, 누구를 향해선지 모르게 이런 불평을 터뜨리고 있으니 가슴만 답답해진다.
마이클 해리스 사건과 일라이어스의 죽음으로 로스앤젤레스 시내는 또 한 번 폭동을 겪고 관료주의적이고 정치적인 인물 어빙 부국장에 의해 사건은 그대로 묻혀 버리고 만다. 너무나 많은 이들이 죽어간 사건이건만 다수의 안전을 위해 진실을 알게 되는 것 따윈 불필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예전과 다르게 해리 보슈는 스스로의 힘으로 정의를 실현시키지도 세상에 진실을 폭로하지도 않고 이 사건을 깨끗하게 덮어 버린다. 결국엔 엔트런킨에 의해 모든 진실이 세상에 드러날 때가 오겠지만 엘리노어와의 파경때문인지 해리 보슈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의욕을 보이지도, 어빙 부국장에게 맞서지도 않는다. 일라이어스와 함께 앤젤스 플라이트를 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카탈리나 페레즈의 죽음도 그에겐 큰 의미가 되지 못한다.
어빙 부국장이 해리 보슈에게 사건을 맡겼을 때부터 사건들은 해결될 수 없는 것이었고 변호사 일라이어스를 죽인 이가 누구인지 밝히는 것 또한 무의미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진실이 아닌 일라이어스를 죽인 사람이 경찰이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어빙 부국장은 자신의 입지를 위해 어떤 결말을 맞게 되어도 상관 없었다. 진실이 감춰져 한 사람의 삶이 망가져 버려도 상관 없었던 것이다. 어빙과 다르게 해리 보슈는 동료를 위해서 이 사건들을 꼭 해결해야만 했고,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만 했음에도 그가 선택한 것은 어빙 부국장이 하는 일을 지켜보며 그가 원하는대로 침묵을 지킨 것이었다. 앞으로 해리 보슈는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까.
며칠 동안 스테이시 킨케이드에 대한 기억으로 머릿속이 복잡해 잠이 오지 않았다. 해리 보슈는 프랭키 쉬헌에 대한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엘리노어, 스테이시 킨케이드 모두가 해리를 괴롭혔겠지만 프랭키 쉬헌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오래전 함께 일을 했던 동료 프랭키 쉬헌, 해리는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잃지 않기 위해 프랭키에 대한 진실을 세상에 알리지 않았고 이 일로 인해 평생 프랭키에 대한 기억에 놓여 나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엘리노어와 함께 하지 못하는 그에게 그 무엇도 살아갈 의욕을 주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