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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은 바에 있다 ㅣ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1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정말 탐정은 바에 있다. 지금도 있을 것이다. 제대로 갖춘 사무실을 가지고 있으면 좋으련만 때론 이렇게 술을 마시며 고독에 잠겨 있는 탐정(탐정은 아니라고 하지만 탐정이니 아니니 따지는 것은 관두고)의 모습을 보는 것도 썩 괜찮은 일이다. 매일 이렇게 술을 마시다가는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긴 하지만 분위기 잡는 데는 최고다. 코트의 깃을 최대한 목 위로 올리지 않아도 꽤 멋있으니 말이다.
후배 하라다가 애인 '레이코'가 며칠 보이지 않는다며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해 '나'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미인에 약한 그이지만 레이코가 먼로의 미모에 따라올 정도로 예쁘진 않은 것 같으니 그녀의 미모때문에 움직인 건 아닌 듯 하다. 정이 많아 사건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전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나'는 의외로 사건을 잘 해결해 나간다. 탁월한 능력과 뛰어난 두뇌로 사건을 단 번에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사건을 해결한다. 때로는 코피가 나고 갈비뼈에 금이 가는 일을 겪기도 하지만 받은 것은 꼭 돌려준다.
'나'는 레이코의 신변을 조사하며 쉽게 사건의 중심에 다가가는데 '나도 해볼만 하겠는걸?' 발칙한 상상을 할 정도로 그녀가 어떤 사건에 휘말렸는지 금세 알아차린다. '레이코가 본 신문만 보고도 안다니 이건 너무 쉽잖아?'라고 생각할만 하지 않나. '나는 그동안 쌓아 놓은 인맥으로 조금씩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가고 '나'가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줘도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는 나를 위해 그가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순 없는가 툴툴대며 따라갔는데 역시, 사건의 진실은 마지막에 드러나는 법이다. 아직도 정신이 없어서 모든 것을 이해하기 힘들긴 하지만 대충 정리해 보니 레이코가 사라진 건으로 세상이 주목하는 살인사건을 '나'가 해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레이코의 문제가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나'가 맡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억울한 죽음이 밝혀졌다.
그렇지만 지금에와서야 레이코의 직업이 무엇인지 하라다에게 모두 밝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니 역시 나는 탐정을 하기에는 자질이 부족한 것 같다. 레이코는 자신이 아는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또 다른 사람의 행복 따위는 생각해 주지 않는 아주 냉정한 사람으로 순수한 하라다에게 결코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순정남인 하라다의 행복을 위해서 이쯤에서 덮어두는 것이 좋겠다. 지금은 하라다와 레이코가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어 잘 살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바에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건 의뢰도 바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이번에는 어떤 사건을 맡게 될까. 아니 그보다 사건을 맡기 전 제발 집 좀 치우자. 내가 가서 치워주고 싶을 정도로 이건 뭐 지나가기 위해 쓰레기를 치우고 길을 만들어야 할 정도이니 아무리 멋진 모습으로 사건을 해결한다고 해도 좋은 이미지 다 날아가게 생겼다. 괴한에게 습격당했을 때 멋지게 처리하는 '나'가 기대되지만 집 안을 깔끔하게 해 놓고 사는 모습이 더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