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나를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밀실.살인
코바야시 야스미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코바야시 야스미의 '밀실.살인'은 한 살인사건에 '밀실'과 '사건'이 동시에 발생했다며 과연 살인인가, 사고인가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기존의 다른 추리, 미스터리 소설들이 다루는 밀실살인을 뛰어넘진 못했다. 이는 살인사건에 정면으로 나서지 않고 조수 요츠야를 내세움으로써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지 못한 요리카와 탐정때문일 것이다. 요리카와는 범인이 누구인지, 어떻게 살인사건이 일어났는지 밀실 트릭에 대해서도 모두 알고 있었으나 확인을 위해 요츠야에게 조사를 맡겼다고 말하지만 이 소설의 화자는 어디까지나 '요츠야'였기에 그의 활약에 대해서는 그동안 독자들이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마지막에 이르러 요리카와 탐정이 사건이 일어난 정황을 설명하긴 했지만 이것조차도 교묘하게 상황에 맞춰 다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추리를 내어 놓았을 뿐, 명확하게 사건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

요리카와 탐정이 아닌 조수 요츠야가 정면에 나서서 사건 조사를 하러 다니니 쓸데없는 말이 많다. 자신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고 있지만 요츠야를 능력있는 탐정으로 만들기 위해 요리카와는 그녀를 학생 다루듯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게 한다. 거기다 자신이 생각해 놓은 가설들을 마구잡이로 던지며 조사를 하라고 하니 두 사람이 주고 받는 대화가 지루하고 답답하다. 마지막에 이르러 범인을 밝히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두고 사건의 트릭을 보여주는 것도 요츠야를 수업을 듣는 학생 다루 듯이 대화를 이끌면서 하니 트릭이 밝혀지는 순간조차도 지루하고 답답할 지경이다. 이런 지루함을 견디며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마지막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던 독자들에게 요리카와는 또 한 번 실망감을 안겨 줘 독자들에게 허탈감까지 더해 주니 탐정으로서의 자질까지 의심스럽다.

거기다 이 책은 작가가 몇 가지 이야기를 던져 놓고 대충 건드렸다가 그냥 끝맺어 추리소설로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야츠야가 겪은 사건에 대해 좀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함에도 요리카와 탐정 이야기의 다음 작품이 출간될 여지를 주기 위해서인지 마무리 짓지 않고 대충 언급만 하다 끝을 맺는다. 야츠야가 겪은 사건이 리나가 죽은 사건과 관련이 있는 듯 보였는데 그것이 그저 나만의 착각이었나 싶게 흐지부지 넘어간다.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인지 의심스러울정도다. 분명 요츠야가 경찰직에 있을 때 겪은 일이었는데 과거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이상의 설명이 없다. 마지막에 타니마루가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 누구에 대해 이야기하는지도 알 수 없는 '1년 전 발생한 무차별 연쇄 참살 사건'에 관한 것이 요츠야의 일과 무관하지 않을 듯 한데 이렇게 그냥 전체의 그림 속에 묻혀 버리는 것이 무척 아쉽다. 이 사건이 아지 신사와 관련하여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하는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들려준 토쿠 영감의 의견까지도 함께 묻혀 버렸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사건이 일어나기 전 별장에 타츠히코, 리나, 레츠, 사이조가 모인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으니 모든 것들이 엉성하고 허술하게만 보였던 "밀실.살인"이 탐정보다 더 탐정같은 토쿠 영감, 변장조차 허술하여 전혀 탐정 같지 않았던 요리카와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요츠야로 인해 조금은 추리소설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코바야시 야스미의 다른 작품 '커다란 숲의 작은 밀실'에서 여기에 등장했던 인물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그땐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