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게 1873년 3월 5일 밤, 스머티노즈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과거 한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100년이 지난 후에도 어떤 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놀랄 것이다. 진은 정황만 있을 뿐 정확한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서 살인범으로 교수형을 당한 루이스 와그너가 진범일까, 아닐까에 관심을 가진 것 같진 않다. 무엇이 그녀를 이곳으로 오게 했을까. 진은 평생동안 남편과 딸을 이 위험한 여행에 동행시킬 정도로 이 사건이 중요했는지 끊임없이 묻게 될 것이다. 마렌이 죽기 전까지 자신이 겪은 살인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처럼 말이다. 실제 사건을 소설화했기 때문에 진범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밝혀낼 수 없기에 어디까지나 소설속에서만 진위여부를 가려볼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살인범이 루이스 와그너가 아닌 다른 사람일 수 있다는 논리는 꽤 설득력을 지닌다. 실제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룬 [물의 무게]는 1873년 3월 5일 밤, 스머티노즈 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진실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고 독자들이 착각에 빠질 정도로 매우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해 놓았다. 마렌의 회고록과 '진'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1873년과 현재의 뚜렷한 경계선이 없어지며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노르웨이에서 스머티노즈 섬으로 이민을 온 마렌의 외로움과 '진'이 토머스가 애덜린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전혀 이질감을 느낄 수 없게 하기 때문이다. '진'은 스머티노즈 섬에 있는 동안 계속 1873년도의 과거에 머무른다. 마렌을 통해 세상을 보고 느낀다. 진의 눈앞에 보여지는 장면들이 100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선명하다. 스머티노즈 섬에서 볼 수 있는 안개까지도 손 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스머티노즈 섬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진실에 가까이 다가가며 마렌 속으로 빠져든 '진'은 마렌 안에서 느낀 감정들을 현실에서 떨쳐내지 못한다. 리치와 그녀의 딸 '빌리'만이 그녀를 현실로 돌아오게 한다. 이때문에 독자들은 지금 현재 내가 읽고 있는 글이 마렌이 들려주는 이야기인지, 진이 들려주는 이야기인지 알 수 없는 혼란을 겪게 된다. 1년이 지난 후 진은 다시 이 섬을 방문한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의미는 무엇일까. 1년 전 이 섬을 방문했던 일이 자신의 팔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방울처럼 자신을 떠날 수 있다고 여기는 걸까. 아니, 그럴 수 없음을 알기에 다시 이 섬을 방문했을 것이다. 계속 떠오르는 생각들을 눈으로 다시 보기 위해서, 천 번이라도 말할 수 있는 그때 그 일을 잊지 못해서 이 섬에 다시 왔을 것이다. 떨쳐내지지 못한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 섬을 다시 찾은 진에 의해 마렌의 이야기는 비로소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죽음에 이르러 세상에 진실을 밝힌 마렌은 자신의 글이 세상에 드러나길 원했던 것 같진 않다. 그저 진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마음 속에서 덜어낸 것일 뿐, 에번과 함께 한 추억이 자신의 죽음과 함께 영원히 사라지기 않기를 원했기 때문에 이같은 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확한 이유는 마렌만이 알 뿐이지만, 진의 의해 무대는 1873년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 노르웨이로 돌아간다. 마렌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