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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예보
차인표 지음 / 해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DJ 데블, 꼬리 길게 늘어뜨리고 머리에 뿔 달고 방송하는 건 아니겠지? 솔직히 믿기진 않지만 이 모습 충분히 상상히 간다. 오늘의 날씨도 아니고 오늘예보를 굳이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악마라고 보기엔 인간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 하는 말이다. 나고단 씨, 이보출 씨, 박대수 씨의 20년 뒤의 모습을 알려주는 이유가 나는 무척이나 궁금하거든. 내일을 기다리며 사는 우리지만 내일이 또 오늘이 되고, 또 내일이 오늘이 되니 우리들이 살아가는 모든 삶이 '오늘'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0.00000001%의 기적이 있다고 해도 평범한 우리들에게는 쉽게 오지 않는 이 기적이 왜 이 세 사람에게는 쉽게 온거냐고. 사촌이 땅을 산 것도 아니건만 왜 배가 아프냐고? 타인의 불행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건 드라마나 영화, 책에서나 가능한 얘기니까 하는 말이지. 우리 현실에서 이런 일이 있기는 하나. 예상치 못했던 행복한 결말이라 믿어지지 않아서 이런다. DJ 데블의 도움이 있었나? 너 악마 아니지? 아, 내가 이렇게 어리광이나 부리고 있을 나이는 아닌데.
나고단 씨는 돌아갈 집도, 가족도 없는 사람이다. 갈 곳이 없는 그가 선택한 것은 '자살', 그런데 공익요원들조차도 자신들의 근무시간에 쫓겨 다른데 가서 죽으라 한다. 만약 진짜,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다면 네티즌들의 공격 대상들이다. 나고단 씨의 마지막 시간에 뜻하지 않은 만남은 앞으로 일어날 기적 같은 일의 시작이었다. 뜻하지 않게 만나게 된 포졸 옷을 입은 사람, 나고단 씨는 이 포졸 옷을 입은 사람에게 배고프다고 했다. 그냥 무시해 버릴 수도 있는 말이었는데 이 포졸은 배고프다고 우는(배고프다고 울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는데 CG로 지우면 된다는 드라마 감독의 말에 나 함부로 지우지 말라고 소리 질러서 힘이 빠졌을 것이다. 배가 고파서 더 서러웠을 것이다.) 나고단 씨의 손에 선뜻 5천원을 쥐어준다. 독자들은 그 때 아무것도 몰랐다. 이 5천원의 의미를. 그냥 5천원인 줄 알았다. 그냥 그땐 이제 나고단 씨가 죽기 전 따뜻한 밥 한 그릇은 먹을 수 있겠구나 했으니까.
이보출은 나고단에 비하면 살만한 삶이다. 비록 아들과 함께 살지 못하는 게 슬프지만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드라마에 '보조출연'을 해서 돈을 조금씩 모으고 있는 중이다. 박대수의 사업밑천을 주식에 투자했다 다 날려 버린 이보출은 박대수에게 잡히면 곧 죽을지도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나고단 씨 보다 삶이 꽤 여유롭다. 적어도 죽으려고 하지는 않으니까. 지금쯤 눈치 챈 사람들도 있겠다. 혹시 나고단 씨와 만난 포졸이 이보출 씨가 아닌가 하고. 맞다. 너무 빨리 답을 알려줬나. 이보출과 나고단과의 인연은 이렇게 이어진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이 나고단 씨가 박대수 씨와도 인연이 되면 독자들은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드라마를 보면 몇 명 되지 않는 사람들이 출연하여 볶고 싸우고들 하는데 '오늘예보'는 그런 모습과 닮아 있다. 모든 갈등이 마지막에 가면 풀어지고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되는 것이 드라마의 재미인데 '오늘예보'도 그렇거든.
딸이 희귀병에 걸린 박대수 씨의 삶은 고단하고 불행하다. 떼인 돈을 받아낸다 해도 딸의 병을 고칠 희망은 없다. 그런데 왜 이보출을 잡으러 다니냐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이보출을 잡으러 다니는 동안만은 딸에게 아버지니까. 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이렇게 쓰고 있으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때문에. 나고단 씨와 박대수 씨의 딸은 어떻게 될까. 처음부터 밝혔지만 행복한 결말이라고 했으니 즐겁게 상상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도 불안하다. 20년 뒤의 일이 그냥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보여지는 환상 같은 것일지도 꿈 같은 것일지도 몰라서. '오늘예보'에서는 이제 불행한 사람들이 없어서 말이다. 이것이 불안한거야. 행복하면 더 불안해지니까.
그래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행복해지겠다. 따뜻한 소설이니까. 차인표의 '오늘예보'에서는 단역으로 출연하는 사람도 그냥 흘려 보내지 않는다. 그들 또한 충실하게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작가는 마지막까지 그들에게 삶을 부여한다. '인연'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울 수도 있는 그런 것으로 말이다. 꼭 평범한 우리들에게도 희망을 불어넣는 것처럼 이 곳에는 우리도 함께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들이 꿈꾸는 미래가 담겨져 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