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 이외수의 감성산책
이외수 지음, 박경진 그림 / 해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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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주다니, 인간만이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문명을 이룩하고, 더 멀리는 우주에까지 그 관심을 넓히고 있으니 자연을 그 모습 그대로 놔 두지 않고 파괴해 버리는 일이 백해무익한 일이지만서두 이렇게 때론 작가의 상상력만으로도 상처 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기도 하니 인간의 상상력을 무조건 나쁘다 말할 수도 없겠다.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니? 어떻게 날개를 달아줘? 달아준들 날아갈 수나 있을까. 이런 생각이 이 책의 첫 장을 열게 했다면 이 한 권의 책을 다 읽었을 때 나의 등에서도 숨겨져 있던 날개가 돋아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져도 되겠다. 아님 말고.

 

한 문장, 한 문장 기억하고 싶고, 마음속에 내밀하게 담아 두고 싶은 글들이 참 많다. 잊지 않기 위해 문장이 쓰여진 책장을 찢어 씹어 삼키고 싶지만 책 반 권이라 되는 양을 먹다간 죽을 터라, 힘들 때, 슬플 때 이 책을 펼쳐 조금씩 읽자 기억해 둔다. 작가의 외모와 전혀 다른 느낌의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작가의 머릿속에는 어떤 세상이 그려지고 있을까 궁금하다. 이렇게 독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머릿속에 있는 글들을 지면에 찍어주니 고마울 밖에. 이 세상 모든 이들의 감정과 세월이 묻어 있는 글을 쓰는 것이 어디 쉬울 것인가.

 

이외수의 '하악하악'을 읽었을 때는 호흡곤란이라도 일어난 양 숨도 쉬지 않고 글을 몰아서 읽게 했지만 이 책은 잠깐, 아니 아주 긴 시간의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책 속에 담겨져 있는 모든 글이 이외수의 글은 아니었다. 이외수라고 쓰여진 글들만이 그의 글인데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글들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작가의 글이 지면을 차지하고 있으니 괜시리 내 어깨에도 힘이 들어간다. 내가 쓰지도 않았는데도 그렇다. 왜일까.

 

세상이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다른 사람들이 함께 공유하는 것을 보면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닫아 걸어 놓은 문들 뒤에도, 꼭 닫혀 있는 창문들 너머에도 따뜻한 공간이 있을 것이다. 소리를 내면 메아리가 되어 다시 내게로 돌아올 것 같은 사각형의 방 안에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외로움을 달래지만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이 책 한 권이 나의 앞에 놓임으로 다른 이들과 소통을 하는 착각에 빠진다. 책 위에 손가락을 가만히 올려 놓으면 어떤 수신호라도 받게 되는 게 아닐까 괜시리 마음이 두근거린다. 지금 UFO가 눈 앞에 나타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다. 혹 이것이 현실이 아닌가.

 

아들 녀석은 이 책 표지 위에 있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관심을 가지지만 나는 만져 보지 않아도 이 고양이가 실제로 살아있는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확인해 보지 않아도 그림 속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나이라는게 왜 이렇게 슬픈 것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아야 힘을 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슬프다. 아직은 세상의 무서움을 모르는 것이 좋은가. 하얀 백지 위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것이 좋은가, 하고 질문을 던진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의 모든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므로 후회는 없으나 그래도 가지 못할 길에 대한 그리움은 남는다고 답하리라. 우리들은 늘 이 그리움을 뒤에 남겨두고 걸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이 조금이라도 잊혀졌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 내가 살아갈 이유를 알려준다.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상상력으로는 못해낼 것이 없다. 나의 삶도 그러할 것이다.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보다 더 힘들지라도, 온 세상이 감옥 같음에 모두 갇혀서 산다는 것에 헛웃음을 날리며 조금은 즐거워하는 작가처럼 나도 책을 읽으며 여유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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