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스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2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블랙 아이스'. 아이스크림 이름처럼 시원한 느낌이 들었는데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았다. 실비아가 말해준 조심하라는 뜻의 말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블랙 아이스'는 해리 보슈 시리즈의 제 2편에 해당된다. (방금 내 손가락이 해리 포터라고 썼다가 지웠다. 이게 왠일? 아직도 해리 보슈라는 말이 입에, 아니 손에 붙지 않는가 보다.) 이 책은 경찰인 칼렉시코 무어가 산탄총에 의해 죽고 난 후 해리 보슈가 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2편에서 이렇게 독자들의 기운을 다 빼버리면 다음 시리즈는 어떻게 보라는 건지 모르겠다. 세 개의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고 이 모든 퍼즐을 해리만이 풀 수 있게 한 설정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원 톱을 내세워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모습을 보는 듯 했다.  

 

'블랙 에코'를 읽고 난 후 해리의 입지가 불안정해서 2편부터는 사립탐정으로 나서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아무도 해리를 건드릴 수 없었던가 보다. 독자적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지만 아주 깔끔하게 사건을 처리해내는 솜씨에 해리를 내쫓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큰 힘을 쓰지도 못하고 나가 떨어진 모양이다. 그들은 '블랙 아이스'에서도 해리가 내미는 진실에 무릎을 꿇고야 만다. 이점이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진실이 묻혀지더라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든다.

 

일단 '블랙 아이스'를 읽으면서 머릿속을 엄청나게 복잡하게 만든 문제들 중 하나는 무어의 죽음이었는데 '무어가 자살했느냐, 타살이냐'의 문제는 자살은 아니고 타살이라고 생각했었다. 이것만이 문제가 되었다면 이렇게 머릿속이 엄청난 해일이 몰려온 듯 초토화 되지는 않았을텐데 칼렉시코 무어의 죽음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쳐 진실을 알아내는 사람은 역시 해리 보슈뿐이라 그만이 독자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줄 수 있어 해리 혼자서 모든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이견을 제시하지 못하겠다. 항복!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냥 얌전하게 책장만 넘기기로 마음을 굳혔다. (두 손은 내려야 책을 읽을 수 있으려나.)

 

신종 마약 '블랙 아이스'를 둘러싼 이권 다툼, 이 사건에 연루된 경찰들의 죽음. 이 모든 것이 해리 보슈를 움직이게 하기에 충분하다. 파운즈는 실적을 올리고자 해리를 이용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해리를 무어의 죽음에 깊숙히 발을 들여놓게 하였으니 아무도 보이지 않은 곳에 가서 파운즈가 운다고 해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은 없겠다. 사실 파운즈의 지시가 없었어도 해리 혼자서 충분히 이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갔을테니 이렇게 생각하면 파운즈가 좀 덜 억울할라나. 해리가 좀 이기적이긴 해도 피해자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니까 이 또한 파운즈가 이해하고 넘어갈 문제다. 아랫사람이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고 자기 말을 안들으면 화가 나긴 하겠지만 실력이 좋으니까 이해하고 앞으로는 해리가 하는 일에 전폭적인 지지를 해 줬으면 좋겠다. 해리를 괴롭히는 사람으로는 어빙 하나만으로 충분하니까 말이다.

 

2편에서도 해리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어린 시절부터 외로웠던 해리에게 새로운 사랑이 다가온 것은 좋은데 왜 이렇게 아픈 사랑을 하는지 모르겠다.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이라 끌리는 것인지, 발랄한 아가씨가 해리 보슈의 곁에 머무르면 안되는 것일까. 이게 그리 큰 욕심인가. 모르겠다. 어쨌든 해리가 12월의 마지막 날 혼자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그녀가 어떤 사람이든 안심이 된다.

 

이제 해리 보슈 시리즈 3편을 읽기 전에 잠시 해리 보슈와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가질까 한다. 너무 긴장하며 따라 다녔더니 숨이 막혀서 말이다. '블러드 워크'를 읽을 생각인데 이 책도 살짝 들여다 보니 해리 보슈 못지 않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 같다. 막혔던 숨이 '블러드 워크'에서 터져야 할텐데 그렇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 어쨌든 해리 보슈는 조만간 또 만나게 될 것이다. '블러드 워크' 다음에 '시인의 계곡'을 읽을테니까. 올해는 해리 보슈와 함께, 나의 하루들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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