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0
야마다 에이미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첫 장부터 뜬금없이 등장하는 고사카 히토미 씨의 죽음에 대한 글, 아마도 독자들 중 그 누구도 이 글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 때부터 알았던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뒤에 가서 또 등장하는 다른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한 글이 어떤 의미였는지 책을 중간까지 봤을 때야 이 글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닫게 되면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때부턴 다섯 명의 아이들 히토미, 치호, 신타, 무료, 모토코의 성장을 담고 있는 글로 생각하고 가볍게 읽었던 마음가짐을 버리게 된다. '성장소설이 아니었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생을 담아놓은 책이야' 나의 마음이 속삭인다. 야마다 에미이의 "학문"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며 성장해가는 아이들이 '성'에 눈을 뜨며 이성을 사랑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 책을 다 읽게 되면 "학문"이란 책 제목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며 흡족한 마음이 된다.

 

후토미라 부르며 언제나 히토미를 지켜주는 신타, 가난하지만 절대 기죽지 않고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그게 모두 계산된 행동이었다니, 자신이 어떻게 비춰질지 알고 한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땐 많이 놀랬다. "그래 신타, 너는 나쁜 남자였구나" 히토미가 아닌 다른 여자와 육체적인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안 후 나는 신타를 이렇게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뒤에 히토미도 그녀에게 신타는 단지 동경의 대상일 뿐이라 신타가 아닌 다른 남자와 관계를 했었다는 글을 본 후 곧 이 생각을 버리긴 했지만 말이다. 다섯 명의 아이들은 서로의 인연의 고리들을 이용하며 가장 치열했던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었고 단지, 이성에 눈을 뜨는 과정을 함께 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것일 뿐, 어른들의 눈으로 보며 누구와 누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료와 모토코를 보면서 신타와 히토미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끝까지 버리지 못했다.

 

나도 히토미, 신타, 치호, 무료, 모토코들과 같이 이런 어린 시절을 겪었다면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면, 살아가는데 좀 더 힘이 났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의 어린 시절이, 추억이 부럽다. 배가 아플 정도로 부럽다. 세상을 모두 가지고 싶었던 꿈을 크게 펼쳐 보지 못했던 신타에게 가난은 큰 걸림돌이었다. 가장 친한 아이들을 대할 때도, 좀 더 넓은 세상에 나갈 때도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보여주지 못했지만 히토미가 목격한 신타의 눈물은, 지금까지 그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내고 있었는지 보여줘 나의 가슴까지 먹먹하게 만든다. 무료를 위해, 아니 자신을 위해 미래를 계획하는 모토코, 늘 달콤한 잠에 빠지는 치호, 모두 작가 야마다 에이미의 손에 탄생된 주인공들이지만 어른이 되어서 어떤 삶을 살아갔는지 알게 되었을 때 어린 시절의 모습과 겹쳐져, 아, 이렇게 살았구나 하며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그들다운 삶을 살았기에 마지막 책장을 덮어도 더 이상의 가슴앓이는 없었다.   

 

남자애들이 뭘 숨기면 십중팔구 '그것'에 관한 이야기, 여자애들이 뭘 감추면 이것 역시 십중팔구 '그것'에 관한 이야기. '성'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이야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순수하게만 보였다. 어른들이 숨기며 소근거리고 이야기하는 '그것'에 대한 느낌은 욕망의 한 덩어리로만 보이지만 신타, 히토미, 치호, 무료, 모토코가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성'에 대한 이야기들은 어른이 되기 전에 겪을 수 있는, 겪어야 하는 과정으로 보여 정말 잘 자라고 있구나 내심 감격하게 되는 어떤 신비로운 감정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고 나까지 순수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 책은 정말 멋진 한 편의 청춘소설, 성장소설이라는 것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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