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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 말려! ㅣ 생각하는 책이 좋아 8
로이스 로리 지음, 손영미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패트리샤 공주의 행복 찾기 보다는 디스펩시아의 데스몬드 대공과 퍼스튤라 왕국의 퍼시발 왕자, 그리고 콜린, 커스버트 백작의 자아찾기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공주의 신분으로 늘 똑같은 일상으로 살아가는 것이, 이제 구혼자를 맞아 결혼을 하고 후계자를 낳아야 한다는 정해진 자신의 미래가 패트리샤에겐 모든 것이 따분하고 심심하게만 보인다. 평민들의 눈에는 행복에 겨운 소리로 들리겠지만 시녀 테스의 옷을 빌려 마을로 내려가는 패트리샤는 진정으로 행복해 보인다.
생일을 닷새 앞두고 마을로 내려간 패트리샤에겐 모든 것이 새롭고 재밌다. 좀 더 일찍부터 마을로 내려갔다면 패트리샤에겐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텐데 아쉽게도 마을에 있는 학교에 가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무엇을 배우는지 알 수 있어 그리 나쁘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을 모두 무도회에 초대할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마을을 다녀오고 난 뒤에 떠올린 생각이니까. 거기다 마을에서 꽃미남 선생님까지 만났으니 패트리샤에겐 멋진 경험들이었을 것이다. 곧 있을 무도회에서 패트리샤 공주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갈까. 그녀를 위한 특별한 무도회에서 패트리샤 공주의 선택을 받는 이는 누가 될까. 만약에 말이다. 만약 이들 구혼자들 중에 패트리갸 공주가 무도회에서 누군가를 꼭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할까. 그 중에 데스몬드 대공이 제일 낫기는 한데 패트리샤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다.
패트리샤 공주와 결혼할 구혼자들의 모습을 아주 멋지게 만들었다면 패트리샤가 자신의 삶에 싫증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구혼자들이 어떤 인물인지 아는 패트리샤에게 열여섯 살에 열리는 무도회는 끔찍할 수 밖에 없다. 어쩜 그렇게 모두 우웩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끔찍한지. 퍼시발 왕자는 자칭 꽃미남이라고 생각하는지 비듬에, 기름이 줄줄 흐르는 머리를 하고선 한시도 거울을 보지 않으면 살지 못하고, 자신은 멋지다고 스스로 세뇌시키는 데스몬드 대공의 모습은 정말이지 상상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 함께 있으면서도 매일 욕설에, 싸움까지 하는 콜린, 커스버트 백작까지. 이건 정말 1초도 대면하고 싶지 않은 구혼자들이다. 이러니 패트리샤가 "심심해"라고 노래를 부를만 하지. 거기다 패트리샤 공주와 결혼할 꿈에 부풀어 핑크빛 상상을 하는 이들을 보고 있으면 나오는 것은 한숨이요, 패트리샤 공주만 불쌍해 보일 뿐이다.
하지만 데스몬드 대공과 퍼시발 왕자, 콜린, 커스버트 백작의 마음은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눈물도 많고 자신을 알아봐 주는 이에게도 관대하다. 그동안 사람들을 괴롭혀왔던 삐뚤어진 심성은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는 투정이었다.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에 대해서도 포기가 빠르다. 이러니 그리 밉지도 않다. 패트리샤 공주와의 결혼은 이루지 못했지만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게 된 구혼자들의 미래가 어떨지 상상해 보는 것도 괜찮다. "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말려!" 이 책속에서는 불행해 진 사람은 없다. 어떤 계기였든간에 모두들 자기자신을 제대로 보게 되었으니까. 구혼자들이 어떤 사람을 만나 결혼하게 되는지까지 책 속에 담았다면 더 재밌었을텐데, 이 점이 무척 아쉽긴 하지만 행복한 결말이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