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모가와 호루모
마키메 마나부 지음, 윤성원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마키메 마나부. 아, [사슴남자] 작가였구나. 작가 이름을 보면서도 이를 떠올리지 못했던 것은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책부터 펼치고 보는 내 성격탓일 것이다. 사와라 교코의 코를 사랑하는 비상식적인 아베, 솔직히 요괴들을 움직여 싸움을 하는 '호루모'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 일이지만 이는 판타지 장르의 성격이 강하다고 생각하면 이해못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아베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어떻게 코만 보이지? 흠.

 

청춘 남녀들의 사랑을 바탕에 깔고 '호루모'를 내세워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가모가와 호루모]. 사실 처음부터 이 책이 재밌었던 것은 아니다. 사와라 교코의 코만을 사랑하는 아베를 바라보는 일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으니까. 거기다 뭔가 숨기는 듯한 스가 씨를 견제하느라 나의 신경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아베에게도 이야기해 주지 않는 것을 독자들이라고 스가 씨가 말해줄까 보냐. "호루모"가 뭐지? 혹시 인간이 요괴들과 싸우게 되는 것 아닌가. 싸움에 져서 죽지 않으려면 "호루모~~~~" 라고 외쳐야 하는 룰은 아닐까. 온갖 생각들이 나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드니 이 책에 오롯이 빠져들게 되는 것이 힘들었다.

 

그런데 '가모가와 제 17조 호루모'가 탄생하면서 이야기가 점점 흥미 있어진다. '사랑'으로 인해 상처 받은 아베(정말 상처받은 거 맞냐. 너는 사와라 교코의 '코'만을 원했잖아. 이게 정말 사랑이야?)가 더 이상 호루모를 할 수 없겠다고 선언할 지경에 이르러 다섯 명의 동의를 얻어 발의 한 것이 이 '가모가와 제 17조 호루모'였다. 먼저 이 요괴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아베가 있는 팀이 이 호루모에서 꼭 우승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가모가와 제 17조 호루모'를 발의 한 후부터 아베 일행에게 밤마다 찾아오는 무언가를 덮치는 요괴들을 보는 일은 아무리 심장이 강한 사람도, 세상에 무신경한 사람도 버텨낼 수 없게 한다. 물론 이 무서운 요괴들은 아베가 훈련시켜 호루모에 출전하는 요괴들과 다르다. 아베의 요괴를 설명하는 표현이 얼마나 끔찍하든 솔직히 주둥이가 점점 들어가 '뿅'하고 사라지는 이 요괴들은 무섭지 않다. 귀여울 정도다. 구원 요괴에 의해 건포도를 먹고 되살아난 요괴들이 힘을 내어 호루모 경기를 하는 모습은 섬뜩해야 하는데도 전혀 무섭지 않다. 하지만 '가모가와 제 17조 호루모'가 생긴 뒤 부터 아베 일행에게 나타나는 이 요괴들의 모습은 도저히 귀엽다고 봐줄 만한 상대가 아니다. 꼭 우승해야만 이 요괴들이 더이상 눈 앞에 나타나지 않으니 아베 일행들은 죽을 각오로 싸움에 임할 이유가 있다.

 

둘로 나뉜 교토대 학생들이 마지막에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될 것이라 누구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결과를 맞을지 싸움이 끝나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베가 있는 팀이 아주 멋지게 우승을 해 버리면 좋겠다,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 해 볼 뿐이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면 이 책을 읽어 보도록. 호루모 경기가 끝난 후 아베의 일상도 예전으로 돌아오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닌 모양이다. 스가 씨의 모호한 말로 유추해 보건대 아베라는 이름으로 해야할 일들이 아직 남아있는 모양인데 타인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요괴들을 보는 아베, 그의 유쾌한 일상이 독자들을 즐겁게 하니 조금은(아니 많이) 희생해도 되지 않을까. 처음부터 요괴들에게 '냄새'를 피운 것은 아베이니만큼, 그리고 교토대학에 입학하여 알차게 한 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만큼 그정도 희생쯤은 괜찮을 것이다. 사랑 또한 그의 품 안에 들어왔으므로. 어이 아베,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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