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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유희 ㅣ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악의 3부작'으로 만난 막심 샤탕은 대단히 매력적인 작가다. 하지만 '악의 3부작'이 생각나는 '악의 유희'는 그 내용에서 '악의 3부작'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다룬다. 마케팅의 전략인지 뭔지, 이 책은 '악의 3부작'과 닮은 표지와 책 제목으로 연결선상에 놓여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지만 '악의 3부작'과의 유사함으로 이 책을 들었다면 당신은 어쩌면 대단히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1달러 지폐에 담겨져 있는 비밀, 오컬트적인 신비로움, 링컨과 케네디 암살과 관련된 사실 등은 다른 책들에서도 충분히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 이 책의 초반부에 해당하는, 야엘이 그림자들에 의해 공포심을 느끼고 자료들을 찾으면서 이 세상의 다른 면들을 보게 되는 장면은 지루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거울 속에서만 나타나는 시커먼 형체는 밤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공포심을 선사하는 바, 지루함을 넘어서 야엘을 압박하는 존재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욕구를 건드린다. 야엘이 처음 만난 토마스에게 자신의 집에 함께 가 줄 것을 요청하는 이른바 아주 대담한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처음 거울 속에서, 컴퓨터 모니터에서 대면한 존재에 대한 공포심 때문이지만 하나씩 진실을 알아갈 수록 자신의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에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는 일에 토마스와 함께 강력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힘, '우리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끊임 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그 무엇들. 이들이 왜 야엘을 선택했는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책을 계속 읽으면 알 수 있지만 그 전에 그녀가 의미 없이 잠깐 직업으로 몸 담게 된 박제일과 교통사고로죽은 엄마, 이상하게 설계되어 있는 집 등 이 모든 것이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보여줘 야엘이 선택받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한다. 자신이 일하는 곳에 와서 늘 눈알만 사가는 손님을 봐라. 어디 한 군데 멀쩡한 사람이 있는지. 이런 환경에 놓인 야엘이 과연 거울 속에 등장하는 어두컴컴한 존재들에게 휩싸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유일하게 야엘에게 힘이 되어 주고 빛이 되어 주는 존재는 지금으로선 토마스 뿐이다.
유령이라도 나타났을까. 거대한 악의 세계에서 뻗어나오는 힘인가. 머릿속에 수많은 질문들이 떠오르지만 그 중에 단 하나의 질문인 "야엘과 토마스로 인해 밝혀지는 것들과 오롯이 마주할 수 있는가"의 질문에 답해 보자면 그저 이 책의 책장을 넘길 뿐이라고 답할 수 있을 뿐이다. 사실 음모론이 담겨져 있는 책들은 지루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쉽지 않다.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만큼의 흡인력 또한 없기에 이 책 '악의 유희'는 많은 부분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 책의 마지막까지 야엘과 토마스를 따라가 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될 테니까. 그것만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악의 유희', 책 내용과 맞지 않는 듯 하지만 묘하게 어울리는 듯한 느낌 때문에 잠시 책 표지 안에 그려진 파란 손들을 만지는 것이 저어될 정도로 나는 지금 야엘을 덮친 그 어둠의 힘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