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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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책 제목을 '소년을 부탁해'라고 쓰고 있는 나. 왜 이렇게 정신을 놓고 있을까 어이 없긴 하지만 은희경님의 "소년을 위로해줘"를 읽은 전체적인 나의 감상이 이러한 모양이다. 누군가에게 연우를 부탁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삶이란 것이 해답없는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라고 생각 하지만 십대 시절에는 왜 이렇게 모든 것이 못 견디게 싫었는지 모르겠다. 눈이 내리는 것을 설레임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연우를 보면서 이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궁금했다. 그러나 이 아이가 그리워 하는 대상이 한 명이 아니란 것이 두려워 차마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가뿐 숨을 뱉어내며 뛰고 있는 연우, 늘 같은 자리에서 이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던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말 없이 병원 입원실의 창문을 바라만 보고 와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한 것 투성이지만 연우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왜 이렇게 군더더기가 많아. 이러니 더 슬프고 가슴을 아프게 하잖아"라고 투정을 부릴 수도 없다. 내가 지나온 십대가, 이제 추억일 뿐이라고 허허거리며 웃을 수 있을만큼 많이 살아오지 않았으니까.
 
소녀, 소년이라고 불리우는 시절은 그냥 단조로우면 안되는건가. 연우, 태수, 채영 이 아이들처럼 이렇게 평생을 잊지 못할 기억이라는 것을 가져야 하는 걸까. 이 아이들의 첫 만남부터가 운.명. 이라고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단조롭지 않았으니 지내온 시간이, 앞으로 이 아이들이 견뎌야 할 시간이 평범하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겨야 하겠지만 독자들에게도 잠깐 받아들일 시간을 주었다면 좋았을걸 그랬다.
 
누구를 위로하면 되는 건가. 연우를 위로해주면 되나? 아니면 태수를 위로할까. 어떤 위로를 건네야할까. 이기적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말해 볼까. 연우의 삶은 늘 쓸쓸해 보이고 태수는 늘 위태로워 보인다. 거기다 늘 우울한 모습의 채영, 연우의 곁을 맴도는 독고마리까지 이들 모두 나의 십대 시절과는 다른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을까 감히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내가 힘들 때 그 누군가의 따뜻한 등에서 쉬어 보질 못했으니까. 따뜻하게 손이라도 잡아준 사람이 없었으니까.
 
태수를 처음 만난 날 태수의 헤드폰에서 들려온 음악소리, 거기에 맞춰 연우의 심장도 뛰고 나의 심장도 쿵쿵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들을 수 없지만, 아이들이 리듬을 빌려 들려주는 이야기에 나의 심장도 반응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나는 이 아이들과 다른 세상에 있다고 말해 왔지만, 심장을 뛰게 하는 빠른 비트의 음악은 나도 예전에, 조금은 오래 되었지만 숨 쉬는 것조차 불안해 하던 그런 시간이 있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연우야, 나도 이렇게 함께 뛰어도 될까. 눈이 오는 날이 이렇게 추울줄 몰랐어. 아마 마음이 추운거겠지? 첫, 사, 랑을 떠올리면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데, 채영을 떠올리면 설레어야 하는데, 왜 이렇게 가슴에 찬 바람이 불어오는건지. 그래, 연우와 채영의 첫 만남이란 것이 그리 아름답지는 않았지. 누군가가 떠난 자리에 들어와 처음 만난 사람이 채영이었지. 거울에 비추는 너의 날개짓은 그 어떤 꿈이라도 꿀 수 있을 정도로 밝았는데. 미스터 심드렁, 정말 심드렁하게 시니컬하게 지내도 됐을텐데, 삶은 극악스럽게도 우리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아! 미스터 심드렁 하고 부르는 태수를 따라하니 나의 목소리에 모두 어색한 표정을 짓는구나. 연우, 채영, 마리.
 
작가 은희경은 단지 십대의 한 시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우리 모두를 소년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고 맴돌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연우, 채영, 태수, 마리와 같은 감정을 느껴도 된다고 말한다.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아 실컷 울어도 되는 건가. 힘들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그런데 내 안에 살고 있는 소녀, 소년은 모든 것을 잊어버렸나 보다. 슬플 때 어떻게 울었는지, 기쁠 때 어떻게 웃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한다. 나 너희들의 이야기가 너무 슬픈데 어떻게 하면 되니. 가르쳐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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