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노인의 전쟁" 속편이라기에 당연하게 존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단 몇 줄의 문장에서만 등장할 줄 몰랐다. 속았다는 기분이 드는데, 사실 이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왜 존이 등장하지 않았을까 책의 마지막을 뒤져 그 이유를 알아냈기 때문이다. "유령여단" 다음 권에는 등장한다고 하니 그 때를 기다려 보자, 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독자들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던 존이 등장하지 않는데 이 책이 나를 얼마나 즐겁게 만들어 주는지 어디 두고 보도록 하자.
 
"노인의 전쟁"을 보지 않은 사람도 다음 권인 "유령여단"을 바로 읽어도 무리가 생기지 않게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줄거리가 제일 처음 독자들을 맞이한다. "노인의 전쟁"을 먼저 읽은 나로서는 이 한 페이지의 줄거리만으로 존의 존재를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것에 불만이 생긴다. 전쟁, 전쟁, 또 전쟁. 지적 생물체 죽이기, 죽이기 또 죽이기. 10년의 군 복무 기간동안 끊임없이 살아남기 위해 생물체를 죽여야 하는 전쟁에서 존은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탁월한 유머감각으로 동료들의 불안한 마음까지 잡아주던 그였기에 존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던 "노인의 전쟁"을 한 페이지로 끝맺는다는 것은 불만이 생기게 할 수 밖에 없다.
 

"유령여단"에서는 "노인의 전쟁"에서 의당 설명이 있어야 할 모든 것들을 자세하게 알려 준다. 그래서 조금 지루해질 수 있지만 다음 권을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즐거움을 주기에 시리즈로써의 자신의 할 일은 제대로 해내고 있다. 죽은 사람의 DNA 조작을 통해 다시 태어난 '유령여단'은 막강 특수부대다. 진짜내기들이 해내지 못하는 일에 투입되어 일을 성공시키는 아주, 아주 멋진 녀석들이지만 이들에게 의식이나 영혼이 없다는 말을 함부로 내뱉진 말기 바란다. 어디 한 군데 얻어 터져서 사망할지도 모른다.
 
'재러드'라고 유령여단의 존재보다 못한 이가 있는데 그는 부탱이 우주개척연맹을 배신한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그의 의식을 넣을 신체를 만드는데 그 신체의 다른 의식에 해당하는 것이 '재러드'다. 부탱의 의식을 가지고 있으나 분명히 그는 '재러드'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부탱이 배신한 것처럼 재러드도 인류를 배신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는데 세이건은 이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명령에 의해 그를 자신의 휘하에 두게 된다. 맞다. 눈치 챘는가. "노인의 전쟁"에서 존의 아내의 신체를 가지고 있었던 바로 그녀다.    
 
일단 '유령여단"의 내용은 부탱과 재러드가 전혀 다른 인물임을 알려 주기 위해 꽤나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데 우주개척연맹을 향해 전쟁을 선포할 르레이, 에네샤, 오빈의 계획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이들을 교란시키기 위해 왜 재러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을 이것으로 이끌어 가기에 부탱의 계획을 알아내기 위해 재러드를 만든 이유가 불분명해지고 부탱이 우주개척연맹을 배신하고 오빈과 함께 일을 도모하는 목적이 이해 되지 않아 조금 아쉽다. 이는 존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만큼 크다.
 
많은 부분 인간다움이 결여된 유령여단의 존재는 SF 소설의 소재로 매력적이긴 하지만 선택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이 세상에 태어난 그들에게도 군 복무 후에 지금과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 스스로 선택을 거부하고 군에 남는 것이겠지만 선택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이들에게는 분명한 설명을 해줘야 한다. 카이넨이 이들의 삶은 노예와 다름 없는 삶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유령여단은 이미 본인 스스로 희미한 유령의 존재로 살아가고 있어 독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존을 만나 달라진 세이건처럼, 부탱과 다른 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자신 있게 말했던 재러드처럼 유령여단이 모두 한 번쯤은 스스로 판단해서 선택할 수 있는 진짜내기로 거듭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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