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전쟁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를 보지 않았다면 이 책의 단 몇 퍼센트만 이해했을 것이다. 허나 덕분에 영화를 먼저 본 관계로 책이 그다지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유령여단에 대한 언급이 있기 전까지만. 우주 밖의 행성에 기거하는 생물체의 모습이 다 달라도 나는 오로지 "스타쉽 트루퍼스"에 등장했던 다리 많은 그 벌레들만 생각했다. 이미 머릿속에 각인된 "스타쉽 트루퍼스"에 대한 이미지와 "아바타"에 대한 이미지는 나를 옥죄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가장 파괴력이 우수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인간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 유령여단의 존재는 존에게 소중한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하고 살아남아야 할 이유가 되어 준다. '노인의 전쟁' 속편인 '유령여단'이 출간 되었기에 '노인의 전쟁'에서 언급되는 유령여단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데 이는 '노인의 전쟁'에 흥미를 느끼게 만든다. '노인의 전쟁'에 실려 있는 내용들이 전반적으로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유령여단이 등장함으로써 이제야 글이 재밌어지기 시작한다.
 

생물체와 전쟁을 하는 존의 모습은 상상이 가는데 이 생물체들의 모습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림이라도 있었다면 이해가 쉬웠겠으나 그랬다면 이 책의 가치는 떨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상상력을 무한대로 키우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니까. 아주 작은 종족을 죽이게 될 때는 나도 존처럼 표정이 흐려질 수 밖에 없었다. 지적 생물체를 죽이는 것이 어디 쉽겠나. 존은 더욱이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 미치지 않고 버티는 게 이상한 것이다. 
 
우주 밖의 행성에 살고 있는 생물들은 지적 생물인 경우 인간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CDF를 죽이고 '속죄', '속죄'라고 말하는 콘수를 봐라. 존이 사절단으로 콘수를 만났을 때 이 생물이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우주에 속해 있는 모든 것들을 포용하려고 하는 것이 꼭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는 "노인의 전쟁"의 작가 존 스칼지의 한계인데 그도 우주 밖으로는 나간적이 없을테니 행성들마다 차지하고 살고 있는 생물체의 모습을 인간의 모습과 조금 비슷하게 만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일흔 다섯에, 이제는 죽음 밖에 기다릴 것이 없는 이에게 갈 수 있는 군대가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나 지구에서의 '나'는 사망상태가 되고 새로운 삶을, 새로운 신체를 부여 받는다는 것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20대의 싱싱한 몸으로 돌아가는 것이 그다지 기쁜 일인 것만은 아니다. 군 복무 2년간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그것부터 걱정해야 하니까 말이다. CDF들이 부여 받는 고양이 눈과 녹색 피부, 이것은 도저히 지구에 살았던 자신의 옛모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고 상상할 수 없다. 전투에 용이하게 쓰일 수 있도록 개조된 신체이기에 어떤 파괴력에 의 다쳐도 생명이 붙어 있는 한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 하나만 마음에 든다. 떠나왔지만 지구와 연결된 단 하나, 인간적인 마음이 지옥 같은 전투를 견뎌내게 하지만 이렇게 변신한 이들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을 기억하기도 전에 사라지고 만다. 개척자들을 지킨다는 목적이 있지만 CDF를 우주 밖으로 내몰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여기에 대한 답을 존도 궁금해 하지만 이 전쟁의 끝에 닿아야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더이상 순수한 인간이지 않은 존의 앞에 놓이게 될 현실이 얼마나 끔찍할지 예측할 순 없지만 잘 헤쳐 나갈 것이다. 그는 강하니까. 살아야 할 이유가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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