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8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헛, 서장이 연설하는 동안 한가롭게 코털을 뽑는 고마지의 배짱은 그대로네.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에서 함께 사건을 해결한 고마지의 부하 히토쓰바시 경사는 도대체 어디로 보낸 것일까. 이번 사건도 함께 했다면 제법 여유롭게 고마지를 상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편에서는 이곳에 부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참 이쓰키하라가 함께 하니 또 고마지에게 휘둘리는게 당연하지.
 
신원 불명의 사체가 등장하고 이 사체를 중심으로 묻혀져 있던 일들이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은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과 비슷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비슷한 패턴으로 사건이 해결되기에 조금 지루해지는데도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차릴 수 없으니 어찌된 일일까. 거기다 사건 현장을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조금씩 사건에 관여하고 있어 누가 진짜 범인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 수 밖에 없다.
 
이왕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으니 책을 읽으면서 내가 떠올린 바보 같은 생각을 말해 보자면 '구도'가 히데하루가 아닌가 했었다. 12년이나 지났으니 히데하루가 구도라는 다른 이름으로 이곳에 찾아온다고 해도 알아볼 사람이 있을까 싶었으니까. 모든 것이 구도의 복수가 아닐까 했지만 왠걸 그래도 가족들이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은 잊고 있었던 것이다. 에효, 내가 그렇지 뭐. 역시 나는 탐정 소질이 전혀 없나 보다.
 
처음에 마코토에 의해 발견된 신원불명의 사체가 누구란 것이 나중에는 밝혀지지만 왜 죽었는지, 죽은 이유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는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죽는 것이 이렇게 쉽나? 왜 죽은 거지? 고개를 갸웃 거리게 된다. 고마지가 밝혀낸 이 사건 곳곳에는 구멍이 너무 많다. 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가 아니기 때문인데 과연 누구에게 화살을 돌려야 할지 모르겠다.
 
"저기요, 누구누구님(죽은 사체에게 묻고 싶어 이렇게 부른다. 사건의 결정적인 열쇠가 될 수 있으므로 이름을 밝힐 수 없어 편의상 이렇게 부르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기 바란다.) 이왕 이렇게 죽을 거 멋지게 복수라도 하고 죽지,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 이게 복수라고 생각했겠지만 자신의 죽음이 가장 억울한 법인데 왜이리 속절없이 세상을 버렸소" 참 답답하다. 그래도 뭔가 변화라도 생겼으니 소박한 복수라면 복수일 수 있겠지만 억울한 죽음임에는 틀림 없다. 뭐, 또 한 명이 죽었으니 복수는 복수겠다. 죽은 사람에게는 소박함을 넘어서는 복수일테다.
 
이 사건으로 큰 혜택을 입은 사람이 누가 있나 생각해 보니 없는 것 같다. 서로 상처만 남겼을 뿐이다.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았고,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은 고마지의 배려로 이 사건에서 조용히 빠져 나갔다. 아, 이번 일로 이쓰키하라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으니 가장 많은 혜택을 누렸다고 볼 수 있겠다. 헌책방 어제일리어에 로맨스 소설이 많지만 사건 덕분에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가 핏빛처럼 선명한 붉은 색으로 보였는데 덕분에 그래도 핑크빛 분위기로 마무리 된 것 같아 다행이라면 다행이겠다. 간간이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에서 등장한 주민들이 언급되어 반갑기도 했다. 다음 권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궁금한데 그 때도 범인이 누구인지 모르겠지? 아마도 그럴 것이다. 이 생각을 하면 나 자신이 한심해서 한숨만 나온다. 아냐, 다음에는 정신만 빠짝 차리면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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