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전 6 - 완결
이종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검은 기운이 하늘을 뒤덮고 거리는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이 휑하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이러스라도 퍼진 듯 도시는 괴괴하기만 하다. 이럴 땐 영웅이 나타나 이 지구를 구해줘야 할텐데, 이곳에는 요괴와 자귀 등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이들은 퇴마사와 그외 영적인 능력이 있는 몇 몇 사람들 뿐이다.

 

육신의 원래 주인인 영을 몰아내고 죽은 영들이 육신을 차지하고 사령자들이 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이승에 남겨진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해야하는 이 싸움을 영적 전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결코 그동안 내가 알고 지내온 이들의 육신을 향해 총을 겨눌 수는 없다. 이것이 퇴마사들이 처해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일 것이다.

 

그동안 소심하게 행동했던 공표가 악귀들과 만나 싸우면서 아이들 앞에서 멋진 퇴마사의 모습을 보여주며 활약할 때 나는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꼭 순정만화에 등장하는 멋진 왕자님이라도 보는 듯 그동안 공표를 괄시했던 아이들에게 "이것봐라 너희가 그동안 공표를 무시했지. 얼마나 멋지냐?"라고 말해주고 싶으니 나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게다. 나는 요괴가 바로 옆에 다가와도 아무 생각없이 당할 그저 내 인생에서나 주인공일뿐 '귀신전' 작품 속에 등장한다면 '지나가는 사람 10'정도로 세상에서 금방 사라지게 될 인물일 뿐인 게다. 이런 나도 지켜야 할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이승은 이대로 사라져서는 안된다고 굳게 믿는다. 저승차사가 아무리 인간은 이 세상에서 불필요한 존재라 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해도 아직 생명이 붙어있는 한 나는 살.고.싶.다.

 

이룩해 놓은 모든 문명이 사라진다는 것은 내가 가진 모든 기억과 그 속에 포함된 추억까지 사라질 수 있음을 말한다. 혜윰은 모든 것이 정해진 운명대로 되어지고 있다라고 말했지만 "무엇이 운명이란 말인가" 소리치고 싶다. 인하가 당한 고통이, 석우를 사랑한 혜정의 운명도 모두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인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기억을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깨부수다니,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에게 모든 희망을 도려내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다시 시작하는 여정 또한 정해져 있는 운명은 아닐까. 이승의 움직이지 않는 모든 것을 사라지게 만드는 '는개'는 사령자들의 몸에도 예외를 남기지 않을 터 결국에 남는 것은 죽은 영들 뿐일텐데 정말 이승이 이렇게 사라져도 좋은 것인가. 누구에게 이런 물음을 던져야 할까. 정녕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세상으로 바꿀 수 있을까?

 

눈물을 흘리고 싶어도 울지 못했던 영들이 사령자가 된 후 마음껏 울 수 있게 되었으나 인간이었던 옛 기억들을 아직도 잊지 않고 모두 함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잠깐 동안의 휴식이 찾아온 듯 평온하게 보인다. 선일, 용만, 박 영감, 수정, 공표 등의 퇴마사들은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싸움에 걸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내가 작가라면 퇴마사들이 멋지게 적을 무찌르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결말을 맺을텐데 '귀신전'의 작가 이종호는 마지막 결말을 결국 우리들의 손에 맡겼다. 지금 내게 가장 두려운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말을 바꾸지 못하고 먼 훗날에도 그 끝에 놓여져 있는 것이 하늘을 가득 덮고 있는 검은 기운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우리들 마음속에는 아직도 따뜻한 사랑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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