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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매력적인 뉴요커가 화초를 가꾼다? 어울리지 않지만 릴라는 화초 가꾸는 모습이 상상이 간다.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화초가 달래줄 수 있다면 말 못하는 화초라도 가족 같은 느낌이 들겠다. 나도 집에 뜻하지 않게 화분 여러 개를 키우고 있는데 때 되면 물이나 주는게 다 일뿐 이렇다 할 대화(덥겠다. 물 많이 먹고 쑥쑥 커라 정도)도 없이 대면대면하게 지내고 있어 나에게 요즘 시들어가는 애처로운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릴라처럼 죄책감이든, 욕망을 거머 쥐기 위해 아홉 가지 화초를 얻으려고 하든 직접 열대우림으로 떠나는 열정은 내게 아무리 화분들이 애처로운 모습에, 눈물까지 흘린다 해도 생길 것 같지 않다. 희귀한 화초에 대한 열망? 이것으로도 릴라에게는 떠날 수 있는 이유가 되지만 아르망에게 피해를 줬으니 그녀는 떠날 수 밖에 없다. 밀림속에서 뜻하지 않게 엑슬리까지 만나게 되니 앞으로 펼쳐질 이들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책을 다 읽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다. 물론 시련이 많겠지만 분명 릴라가 얻는 것이 있을 것이다. 새로운 사랑? 재산? 그것이 무엇이든.
잃어버렸던, 이제는 가질 수 없을 것이라 여긴 욕망들을 손 안에 거머쥘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의 주제는 사실 이것이 아니다. 파랑새를 찾았는데 집에 왔더니 있더라, 뭐 이런 건 아니겠지. 어쨌든 릴라가 열대우림에서 무엇을 보고 이후의 그녀의 삶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것이 궁금해서 책장을 펼쳐들게 만든다. 거기다 내가 직접 열대우림에 가지 않아도 되고 아홉 가지 진귀한 화초가 무엇인지 알게 되니 이거 일석삼조다. 잠깐의 사랑에 마음이 끌려 약속을 어겨버린 릴라, 그녀는 아르망에게 아홉 가지의 진귀한 화초를 안겨줄 수 있게 될까.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겠는데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그녀가 위험한 것과는 별개로 나는 무척이나 기대된다. 짧게 짧게 연 이어진 단편들로 묶여져 있어 그다지 긴 호흡을 필요로 하진 않지만 그녀의 모험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기에 성질 급한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르게 생겼다. 어찌 되었든 릴라, 그녀를 따라나서는 수 밖에 방법이 없겠다. 아니면 직접 열대우림으로 떠나든지.
배신과 좌절 등 이 여행에서도 그녀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다 겪고 한층 성숙한 모습의 릴라가 되어 돌아오게 되겠지. 엑슬리의 사랑을 얻기 위해 화초에 관심을 가졌던 이전의 모습은 없을 것이다. 줄리아 로버츠가 등장하는 영화에서는 열대우림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하다. 판타지 장르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이 아주, 아주 멋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배가 될테니까 말이다.
릴라가 어떤 이유로 떠났든 그녀도 일생일대의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정말 이런 일이 실제로 있다면 열대우림으로 떠나고 싶다는 열망을 누구나 가지게 되겠지. 이것만으로도 조금은 살아가는게 덜 힘들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나를 설레이게 하는 것들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