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보이 -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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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명, 너 참 철 없다. 나라를 잃었는데 지금 애인 잃은게 중요하냐. 끊임없이 조난실을 찾아다니는 그를 보고 있으면 어지러워서 책 읽는 것이 힘들어져 책을 잠시 손에서 놓게 된다. 조난실을 찾아다니다 그녀가 어떤 존재인지 퍼즐 맞추듯 그녀의 현재 삶을 알아가는 해명, 그가 이번 기회에 독립투사는 못될지언정 제대로 정신은 차리게 될 줄 알았더니 역시나 모던보이의 대표인 그는 겉멋만 잔뜩 들어 있는 아직 철이 덜 든 어린 아이에 불과했다.
 
조난실을 찾는 해명을 쫓다보면 글이 뒤죽박죽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열되어 있지 않아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 장면들을 이어놓은 느낌이 든다. 영화를 의식해서 만든 글인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느낌에 불편해지고 시대적 상황의 무거움이 덕분에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거기다 들어가는 곳마다 망하게 하는 해명을 총독부에 넣은 아버지 말대로 이것도 독립에 일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는 해명의 가벼운 말은 말그대로 가볍게 느껴지고 사랑에 목숨 걸고 조난실을 스토커 하는 수준까지 내달리는 해명을 보고 있으면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게 된다. 한 쪽에서는 나라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고, 한 쪽에서는 겉멋에 들어 사랑에 목숨 거니, 이거 어디에 시선을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십세기모던이미지댄스구락부', 이름도 길다. 이 단어를 읽으면 눈 앞에 뿌연 담배연기가 안개처럼 퍼지고 음악소리가 귀를 울리며 땀냄새 맡아지는 밀폐된 공간이 떠오른다. 모던걸, 모던보이들이 모여 서로를 뽐내며 춤을 추는 곳, 그러나 이들이 춤만 추는 것은 아니었다. 해명은 오로지 조난실을 찾기 위해 이 곳에 오게 되지만 그녀에겐 이해명은 단지 이용할 수 있는 존재에 불과했다. 정말 그랬을까. 이것이 정말 조난실의 진심이냐를 놓고 굳이 논의를 해 보자면 그녀의 감정은 전혀 이해명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다. 분명 조난실이 해명의 마지막 행동에 감동을 받은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분명 해명을 믿진 않았을 것이다. 그 당시에는 조금 감동을 받았을지 몰라도.
 
해명은 조난실을 사랑한다 했지만 그는 '사랑'조차 선택하지 않았다. 나라의 독립? 그런거 전혀 관심 없다. 오로지 조난실과 함께 할 수 있기만 바랄 뿐이다. 이 책에 좀 더 해명과 난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 놓았다면 세월이 지나 해명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무거운 시대적 배경이 이렇게 가벼울 수 있는데는 해명의 역할이 컸다 할 수 있겠다. 한 여자에 대한 열정? 솔직히 이 시대에 이런 사랑? 공감이 가지 않아 곤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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