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이 닿지 않는 아이
권하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현실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하늘을 걸어 다닐 순 없잖아. 이러다 우주속으로 빠져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심장이 두근두근, 설레임 때문이 아닌 뭔가 안좋은 일이 일어날 것 만 같다. 이렇게 읊조리는 책 속의 '나'인, 이 아이는 나에게 군중10정도의 번호도 부여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저 무수히 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여겨질 뿐일테니까. 집 안에 함께 있는 바퀴벌레에게조차 번호를 붙이는 아이를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하면 가족이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고 생각했다. 이름이 아니라 숫자를 붙임으로써 존재감을 없애려 한 것이 아니라 나의 곁에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보다 느리게 산다고, 말을 더듬는다고 생각이 깊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현실을 살아내는 우리들의 지금 상태를 '발이 닿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정확하게 짚어낸 아이다. 다른 성장소설들과 다르게 이 책은 한없이 우울하다. 하지만 철학 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내가 디디고 서 있는 곳이 현실이 맞는지 자꾸만 확인하게 만든다.
 
죽지 않고 살아내고 있는 지금의 삶에 선택권이 없는 것이 아이는 내내 슬펐나 보다. 행복하지 않은 시간들, 그렇다고 죽을만큼 불행하지 않은데 부모의 손에 의해 삶을 선택 받았다는 것이 그렇게 힘든 일이었을까. 한 여자의 품 안에 있는 아기를 보며, 군중1에 의해 아이의 생명이 타인에 의해 지속 되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존재의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 숨쉬고 있잖아. 분명 타인의 눈에 그렇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나'는 지금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막연하게 B시에 살고 있는 엄마를 찾아 떠나는 길에 혹여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될까 두려운 마음이 드는 것은 소중한 것을 또 잃게 될까, 버림 받게 될까 두려워서일 것이다. 이건 '나'가 살아있다는 분명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살아 있기에 그리워하게 되는 것이다.   
 
"발이 닿지 않는 아이" 이 책을 잡자 한 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그래서 한 아이의 인생을 너무 쉽게, 봐 버린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타인이 쉽게 해 내는 일도 이 아이는 너무나 힘들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해내는데 이렇게 숨을 몰아쉬듯이 읽어버려도 되는 것인지, 조금씩 다가가야 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 멀리 높은 곳에서 발이 땅에 닿지 않아 발을 흔드는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뛰어내릴 수도, 이곳에 계속 앉아 있을 수도 없는데.......아이의 아픔이, 잠시 나의 곁에 머물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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