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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헉헉, 헉헉. 어느새 이마에서 땀방울이 흘러 내린다. 15층에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이렇게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걸어본 게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다리엔 무거운 추라도 달려있는 듯 점점 아래로, 아래로 끌려 내려가고 가슴이 아파온다. 엘리베이터가 수리중만 아니었다면 이런 고생을 할 필요도 없었을텐데, 입구에 붙여둔 내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내 탓이다. 계단을 오르며 그 때 내가 잡을 수 있는 희망이란 내가 올라가고 있는 층수를 표시해 놓은 숫자 뿐이었다. 이 숫자는 내게 도착할 곳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며 "이제 끝이 보이니 포기하지마라"고 끊임없이 나를 독려했다.
"2010 제 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었어도 나는 그 때 김중혁의 '1F/B1'을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다시 내려갈까'란 생각을 하느라 '슬래시 매니저'란 이미지를 도저히 떠올릴 수 없었으니까. 건물 관리자 윤정우가 보았던 'FBI'와 '/'는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끊임없이 무효인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말한 작가 이장욱의 글을 보듯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을 넘기 위해서는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이 펼쳐져 내가 이것을 뛰어 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각 수상작에 이어지는 작가노트, 그리고 이어지는 해설은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해 맛깔스럽게 버무린 아삭아삭한 겉절이를 먹는 듯 새콤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각 단편에 대한 해설을 읽다 보면 '혹 해설자와 내가 서로 다른 글을 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깊이 있는 독서에 대한 아쉬움을 느낀다. 작가가 의도한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전체적인 줄거리만을 대충 훑어보는 식의 책 읽기는 앞으로 내가 꾸준히 노력하여 벗어나야 할 오로지 내가 넘어서야 할 경계선일 것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새로운 세상에 한 발 디디기 전에 넘어야 할 산이 아주 많다.
작가 이장욱의 글 "변희봉"을 읽으며 만기의 아버지가 죽기 전 아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에서 어이없는 웃음이 나온 것을 봐도 나의 독서의 깊이가 얼마나 얕은지 알 수 있다. 그런데 "변희봉"을 읽고 있으면 왜 작가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변희봉'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실체를 부여하고자 했는지 궁금해진다. 만기의 아버지에 의해 '변희봉'이라는 인물은 실존하고 있으며 어쩌면 이런 아버지의 모습조차 만기의 상상에 의한 것이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되는데 이에 작가는 독자들의 의심을 만기에게 있어 '변희봉'이라는 존재는 손에서 놓아 버릴 수 없는 자신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이것만이 내가 읽은 이 글이 먼 상상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숨쉬고 있는 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임을 자각할 수 있게 한다.
일곱 편의 단편들이 담겨 있는 "2010 제 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다양한 색깔을 지니고 있어 아주 긴 호흡을 필요로 한다. 단편들이기에 가볍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면 첫 장을 펼치기 전 그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한다. '존재'에 대해 말하는 작가 배명훈의 '안녕, 인공존재!', 장례식장에서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을 기다리는 김의 이야기를 쓴 작가 편혜영의 '저녁의 구애' 등 각 글들을 오롯이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젊은 작가들의 수상작을 이렇게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작가가 쓴 작가노트에 이어 해설, 그리고 수상작의 선정절차와 심사평까지 이렇게 한 권의 책에 모든 것이 담겨져 있는 책을 만나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제 1회에 이어 2회, 3회, 4회, 5회 등 꾸준히 회를 거듭하며 독자들의 가슴에 남을 수 있는 글들이 많이 탄생될 수 있음을 예고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