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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 1
김탁환.정재승 지음, 김한민 그림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39년 뒤 2049년에 이런 세상이 된다는 것은 너무 가까운 미래라 그런지 오히려 더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설마, 39년 뒤에 이러겠어?'라는 생각으로 가슴을 쓸어 내린다. 불과 20년 전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며 이웃간의 '정'이 돈독했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게 기계와 인간이 몸을 섞는 이런 시대를 상상하는 것은 글쎄,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인간 수명이 늘어났다고 해도 솔직히 너무 무섭다. 인간까지 기계화 되는 세상이라니, 이런건 판타지 소설에서나 등장하는 거 아니었나.
"눈먼 시계공"은 과학자 정재승과 소설가 김탁환의 만남으로 이미 출간 전부터 꽤 유명해진 책이다. 과학분야에 대해서는 그 분야 지식인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고, 일반 사람들은 단어의 생경스러움과 낯선 세계의 거북함때문에 사실 '과학'이라는 말만 들어가도 급 피로해지면서 책장을 넘길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되는데 이렇듯 맛깔스럽게 글을 버무려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김탁환과 함께 과학이라는 재료가 녹아드니 정말 맛있는 한 편의 책이 완성되었다.
현재나 가까운 과거,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책이 만들어졌다면 그 배경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을 것인데 '눈먼 시계공'은 30년 뒤의 아주 가까운 미래를 담고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아주, 아주 먼 미래의 일인 듯 까마득하여 책 속에 들어있는 내용을 완전하게 이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리하여 작가가 독자들을 너무 배려한 나머지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용어에 대한 설명, 2049년의 시대적 배경,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하다 보니 이건 소설책을 읽는 것인지, 과학 잡지를 읽는 것인지 모호해지고야 만다. 어쩌면 이것이 과학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한계인지도 모르겠다.
책 속으로 잠깐 들어가 보자면 서울 뒷골목에서 뇌를 탈취당한 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한다. 이것만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범인은 누구인지 밝혀내는 것에 관심을 가져 빠르게 책장을 넘겼으면 좋겠으나 로봇 격투기 대회, 살인 사건을 쫓는 은석범 검사의 개인적인 상황 등에 걸려 사건은 물론 책장을 넘기는 손길조차 더디게 진행된다. 2권에 이르면 모든 사건이 해결되겠지만 그 전까지 넘어야 할 산이 여러 개라 잠시 호흡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분명 아주 먼 미래에는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편리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반면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정'을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이런 미래가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지만 모든 근본은 '인간다움'에 전제를 두고 미래상을 그리고 있기에 로봇이 만들어지고 우리의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다고 해도 연쇄살인사건을 쫓는 것만으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닌 인간과 기계를 통해 '진화'에 대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거대한 음모속으로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이런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고 지금 나의 삶을 좀 더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