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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햇살이 강렬하지만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크로스비 마을에도 이렇게 바람이 불고 있을까. '올리브 키터리지', 이 책을 다 읽은 후 책을 덮었을 때 가슴속에서는 "삶은 선물이다"라는 말이 쿵쿵쿵쿵 나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아, 나는 지금 살아있구나. 그 순간 내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감사한다.
이 책은 크로스비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수십년을 함께 살아온 듯 그들에게 친숙함을 느끼게 한다. 열세 편의 단편들이 담겨져 있는데 "~했다", 라고 모든 이야기들이 결말을 보여주고 있진 않다. 왜냐하면 아직도 삶은 이어지고 있으니까.
첫 단편 [약국]의 주인공은 헨리 키터리지다. 물론 남편이 등장하니 자연스럽게 올리브의 이야기도 함께 담겨져 있지만 나는 책을 덮고 책 제목을 한 번 쳐다봤다. 헨리 키터리지가 이 책의 주인공 아닌가? 그런데 왜 책 제목은 '올리브 키터리지지?' 분명 의문이었다. 열세 편의 단편들 모두에 주인공이 올리브는 아니었다. 크로스비 마을 주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고 있는 그들은 독자들에게 인생이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어떤식으로 죽음을 맞게 될지는 그때가 되지 않으면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나는 '올리브 키터리지'가 누군가의 이름이라는 것을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작가 김연수가 추천한 책이라 해서 무작정 달려들어 읽었는데 그녀는 헨리 키터리지의 아내이며 크리스토퍼의 엄마였다. 단편들마다 그녀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단편들에서 그녀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덩치가 큰 그녀는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기에 마을 사람들에게 여러면에서 작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잘못을 해도 결코 사과할줄 모르는 그녀를 어떤 이는 무섭다 말하고, 어떤 이는 좋아한다고 말한다.
나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이렇게 느낀다. 그녀를 통해 삶을 한없이 한없이 감사하게 되었으니, 가까이 다가가기엔 어렵긴 하지만 나름대로 나를 포근하게 감싸주었기에 따뜻한 사람으로 느낀다. 그녀가 이렇게 의도한 적은 없다. 그냥 나 스스로가 그렇게 느꼈다는 거다. 올리브 그녀가 나의 이런 말을 들으면 대체 자신과 무슨 상관이냐며 매몰차게 대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안다. 냉정하게 말하긴 하지만 그녀 마음속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오래 살까 걱정인 그녀는, 외로움에 슬픔이 꽉 들어찬 가슴속을 들여다보면 살며시 손을 잡아주고 싶어진다. 멀리 사는 아들의 연락을 기다리는 그녀의 모습은 그저 한 아들의 엄마일 뿐, 평범하다.
헨리가 약국에서 일했던 데니즈를 마음에 담았었고 가끔 기억속에 떠올리든, 짐을 사랑한 올리브의 속마음을 알아버리든 세월은 모든 것을 아무것도 아니게 만들어 버린다. 술을 한 잔 마시며 고단한 어깨를 기대며 앤지의 피아노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보낸다 해도 수많은 날들의 하나일뿐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특별하지 않지만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 이것이 삶인 것이다. 코 끝에 알싸한 느낌이 난다면 누군가의 슬픈 삶이 바람결에 날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지만 분명 모두 죽을 힘을 다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