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덕혜옹주,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었던 덕혜옹주를 기억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녀의 존재는 알았으나 어떤 삶을 살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조선을 그리워했는지 알지 못했다. 
 
덕혜옹주가 일본에 볼모로 잡혀가던 날도 이렇게 조선의 하늘은 푸르렀을까.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조선을, 그녀의 백성들을 잊지 않고 살았다. 살아남는 것조차 힘에 겨웠을 시절, 조선 마지막 황제의 딸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지랭이 백성들에게 덕혜옹주는 곧 희망이었다.
 
박무영과 일생을 함께 했다면 이렇게 비참한 삶을 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옹주라는 신분의 무게때문에 역시나 그녀의 삶은 지금처럼 힘겨웠을테지만 움켜쥐고 놓지 않았던 조선을 향한 그리움 때문에 정신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을 것이다. 15년간의 정신병동 감금 생활에서도 딸 정혜를 그리워 하며 기억속에 각인된 조선을 잊지 않고 살아온 덕혜옹주, 자신을 탈출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리 외로운 삶은 아니었다.
 
평생의 정인, 박무영. 비록 가까이에서 함께 하지 못했지만 서로에겐 그리워할 이유가 있었다. 덕혜옹주를 구해내지 못한 자괴감에 늘 괴로워한 박무영은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오롯이 그녀를 마음에서 놓을 수가 있었다. 왜 결혼식 전에 그녀를 구해내지 못했는가, 내내 박무영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냈더랬다. 옹주라는 신분을 버리고 일본 땅 어디에서든 몸을 숨기고 살 수 있었겠냐만은 박무영과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길 바랐다. 아니, 평범하게 살아갈 수 없다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조선에서조차 그녀는 잊혀져 갔다.
 
옹주로 위엄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한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처연하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생을 함께 하지 못한 그녀의 삶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작가에 의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된 [덕혜옹주], 이제는 모두가 그녀를 기억해야 한다. 조선 최후의 황족이지만 비참하게 살아간 그녀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에게 잊혀진다는 것은 죽음과 같으니까. 오로지 자유롭고 싶었던 덕혜옹주는 이제 조선의 품안에서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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