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중원'이라는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황정'의 실제모델 '박서양'이라는 사람이 100여 년 전에 살았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작가가 얼마나 실제에 가깝게 박서양을 그려냈는지 모르겠으나 한국인 최초의 양의사가 된 남자의 모습을 제대로 그려낸 것 같다. 드라마와 비교하여 같은 인물이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드라마와 책속의 '박서양'이라는 사람은 다르게 다가오지만 백정의 아들로 최초의 양의사가 되었다는 것이 그 시대에 쉽지는 않았을터, 작가의 말대로 백정이 의사가 된 성공스토리를 그려내기 보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서 독자들이 그를 잘 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놓았다. 박서양에게 의사의 꿈을 심어준 것은 제중원 의학교의 입학일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그를 제중원에 던져두고 간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이 꿈이 실현되기는 커녕 꿈조차 꿀 수 없었을 것이다. 버리듯이 아들을 던져버리고 간 아버지지만 박서양은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고종조차 대원군에게 사랑받지 못한 자신의 처지와 다르게 "아버지가 나를 버린게 아니다"라고 강한 믿음을 보이는 박서양을 부러워하지 않았던가. 고종은 이런 박서양이 어디까지 날아오를 수 있는지 궁금했다.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지 말이다. 박서양에겐 의원이 의원다워지는 것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 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우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본에서 공부를 한 후 조국으로 돌아와 나라를 위해 살려고 하지만 백정의 아들이라는 신분은 신분제가 무너진 다음에도 끝까지 그의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역사의 소용돌이속에서 박서양은 그 중심에 서 있었다. 그를 도와준 사람들도 많으나 목숨까지 잃게 할 정도의 위협을 가한 이도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낸 생채기가 아직도 가슴속에 남아 있는 그가 학도들에게 "나는 환자입니다"라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들려주었을 때 그는 비로소 오롯이 조선의 땅에 안길 수 있었을 것이다. 더이상 자신을 밀어내는 곳이 아닌 자신을 품어주는 곳으로 말이다. 이제 우리는 56세의 짧은 삶을 살았지만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속에 살아있는 그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