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워낭 ㅣ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 실천문학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소와 함께 한 것 같다. 워낭 소리가 맑게 울리고 무우, 무우, 하는 울음소리가 귓가에 머무른다. 어린 시절 시골 할아버지 댁에 갔을 때 처음으로 본 소, 정겹게 느껴지기 보다는 무섭고, 냄새가 나서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사람보다 소가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차무집 외양간에는 그릿소부터 12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소들이 차무집 가족들과 함께 살아간다. 가족, 그렇다. 이들은 한 가족이었다. 비록 사람은 따뜻한 방에서 기거하고 소는 외양간에서 지내지만 논을 같이 갈고 밥을 함께 먹으며 분명 가족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왔다. 생활이 힘들어 아이들의 학비를 위해 소를 내다 팔기도 하지만 흰별이의 새끼가 태어난 날 죽은 송아지를 차무집 주인이 먹지 않고 묻어준 것을 보면 그저 소를 재산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와 함께 대관령을 오르내린 세일이는 지금쯤 금우궁으로 올라간 소들과 함께 있을까. 대답을 하지 않아도 소와 함께 걸으며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 세일이는 사람보다 소를 더 좋아했다. 육신이 멀쩡하지 않아 재산도, 색시도 다 빼앗긴 세일이는 비오는 날 눈물을 흘리며 소에게 마음을 터 놓는다. 말은 못하지만 소가 왜 세일이의 마음을 몰랐겠는가. 함께 속으로 울었을 것이다. 그렇게 소와 사람은 마음으로 교감을 나누고 세월을 함께 보냈다.
죽을 운명이었지만 오꼴집의 외양간으로 들어간 검은눈소, 차무집 가족을 대신해 앙갚음을 해 준 의리 있는 화둥불소, 이렇게 그릿소부터 12대까지 이어져 내려온 차무집 외양간의 소들도 사람들과 함께 세월따라 추억을 만들어 간다. 가슴 아픈 일도 있었지만 행복했던 시간이 더 많았다. 소들의 생일을 꼭 챙겼던 차무집 주인과, 다른 곳에 팔겨간 소를 데려오겠다 결심하는 아이를 보면서 산을 함께 누비며 시간을 보낸 아이들과 소들이 가족처럼 느껴진다.
사람과 사람보다, 더 따뜻한 마음을 나눠 가진 차무집 가족들과 소들, 아마 지금쯤 금우궁에서는 지난 시절을 이야기하며 차무집 자손들을 내려다 보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세상에는 지난 날처럼 함께 하지 못하지만 정말 식탁에서 만날지라도 건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무우, 무우 집을 나서는 소의 울음소리가 그립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