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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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메마른 두 발이 선명하게 그려진 듯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의 생사가 궁금하여 떨리는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넘겨 봤다. 이로 인해 오히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는 것이 힘에 겨워져서 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되는 이야기의 결말을 왜 좀 더 행복하게 맺어주지 못했는가, 원망하는 마음도 생겼다. 물론 '희망'을 보여줬음을 알고 있다. 해체 되었던 가족이 아이로 인해 타인보다 못한 관계가 아닌 의지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남자의 죽음을 알리면서 시작된다. 아니, 한 아이의 실종으로 모든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처음 등장한 의문의 죽음을 당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가 나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 건 아니었다. 유지의 실종으로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았던 한 가족에 대한 것이 철저하게 파헤쳐지면서 억울하게 죽었을지도 모를 남자에겐 관심조차 가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읽다 다시 한 번 등장한 이 남자의 시체를 보면서 어떤 기시감에 둔탁한 것으로 머리를 맞은 듯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혹여 내가 상상한 것이 맞는가,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작가가 바란 것이 이것이 아니었을까. 아무것도 아닌, 그저 이름 없는 한 남자의 죽음을 다시 세상에 내놓음으로서 독자들은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그래서 가슴 서늘한 공포심을 느끼길 바라지 않았을까. 아니, 조금의 동정심이라도 느껴주길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늘 현실을 도피하기만 한,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그래서 아이를 위해, '유지'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의지가 김상호의 가족들에게 다시 희망을 주게 된다. 희망, 한 생명과 맞바꾸어졌기에 더 처연하게 다가온다.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의 거짓말'을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은 좀 생경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앞서 읽었던 책들도 결코 가볍게 읽을 내용들은 아니었지만 '너는 모른다'는 가슴 한쪽이 뻐근할 정도의 아픔을 느끼게 된다.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마지막 책장을 읽을 때까지 아이의 자는 모습을 들여다보며 마음 졸이게 될 것이고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의문을 가지며 애써 머릿속에서 밀어내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아닐 것이라, 며 유지의 실종이 계획적인 것이 아님을 우연에 의해 일어난 일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며 애써 머릿속을 비우려고 노력해왔다. 또 하나 밍과 유지, 진옥영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더 이상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이제 조금은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았으나 철저히 타인이었던 김상호, 진옥영, 유지, 은성, 혜성. 유지의 실종이라는 큰 사건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고, 진정한 가족이 된다. 서로의 아픔을 숨긴 채 다가가지만 이제는 웃으며 대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문영광이라는 인물을 통해 가족들의 비밀 아닌 비밀이 모두 밝혀지지만 유지를 생각하면 모두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한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어떤 모습으로든 가족들의 곁에 있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상관 없다. 김상호가 돌아오면 많은 부분 달라질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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