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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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다가오는 요즘, 이 계절과 참 잘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마음이 쓸쓸해지기도 하고 인생과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고 할까. 우리 문학소설들은 해설을 읽지 않으면 오롯이 이해하기 힘든 책들이 많다. 김연수님의 책도 그러한데 아마 나의 지식의 짧음과 아직은 마음 깊이 삶을 통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고 무슨 자존심인지 해설을 읽어보지도 않는다. 각 단편들을 통해 내가 느꼈던 감정들이 모두 사라질까봐, 아니 이런 느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까봐 겁이나서인지도 모르겠다.

 

가을이면 무작정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한 편의 소설과 함께 한다면 가을을 즐기는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단편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으면서 흑두루미를, 그리고 노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누군가의 고통을 이해하고 함께 할 순 없을테니 그저 풍경 감상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이런 마음도 잠시 접어둬 버린다. 작년쯤 남편과 함께 메타쉐쿼이아 길을 걸은 적이 있는데 높게 뻗어있는 나무들을 보며 사진 찍을 생각에 바빠 이 곳에 남겨놓은 타인의 추억들에 대해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으면서 나도 세월을 넘어서 내가 다녀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졌다. 내가 없는 세상이지만 우표를 많이 붙여서 누군가의 손에 전달되는 그 날을 셀레이는 기분으로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늘 사랑은 이루어져야만 한다, 는 생각을 하고 살아서 그런지 이 단편속의 만남들은 어딘지 슬퍼 보인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가는 단편이다.

 

사랑, 기다림, 추억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세월 앞에 모두 무채색으로 점점 퇴색되어 가는 것 같다. 격동의 세월을 보낸 사람도 세월 앞에 무기력해지고 [달로 간 코미디언]에서 아버지를 찾아 떠난 딸의 마음 또한 이제는 시간 속에서 모든 것이 희미해질 뿐이다.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코미디언은 어디로 갔을까. 사막으로 사라진 그의 행적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하여 여기에 더 신경이 쓰일지도 모르겠다. 각 단편들의 끝은 이렇게 모호하여 여운을 남겨 꼭 다음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만 같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기억이 모두 한 편의 인생이 되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할 수 있듯이 이 한 권의 책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봐 버린 것 같다. 강렬한 사랑의 여운이 아닌, 쓸쓸하고 여운이 남은 그런 이야기들 말이다.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니 또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 갈 곳도 정하지 못했으면서 마음은 정처없이 어딘가를 헤매인다. 삶이란 때로 이렇게 나를 외롭게 만들어 세월을 느끼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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