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촌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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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성격의 공생원님아, 자기 속이 시커멓게 타 들어갔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아이 가진 마나님에 비할까. 털털한 마나님도 자신의 배를 보면서 한숨을 푹푹 쉬는 공생원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인가. 하늘이 노랗게 되고 별이 보인다는 진통을 하면서 공생원에게 남긴 말은 정말 280일간 꼭꼭 다져두었던 '한'을 풀어놓은 것이 아니었겠나. 요즘에야 유전자 검사니 뭐니 해서 자신의 자식인지 아닌지 금세 알 수 있겠지만 남의 자식을 가진 마나님을 보는 공생원의 심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은 되면서도 누가 마나님과 정을 통했는지 나름대로 추리를 하는 공생원을 보고 있자니 나는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간절히 원하던 자식을 얻었건만 왜 공생원은 이리 땅이 꺼져라 한숨만 쉬는 것인가. 그거야 의원 서지남이 공생원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해 놓은게 있어서 그런 것인데 아이 가졌을 때 잘 못해주면 평생을 원망한다던데 이리 마나님에게 소홀하게 대했으니 장차 이 일을 어찌 할 것인가. 마나님이 없을 때 잘 먹는 두부를 받아 놓는 다정함도 있다 하겠으나 실은 두부 장사가 의심스러워 넌지시 떠 본 것이고 이렇게 한 명, 한 명 마나님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용의자로 간주하고 나름대로 범인을 가려내고 있으니 속으로야 공생원도 마나님 못지 않게 무척이나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할 것이다.

 

소심한 공생원에 비해 마나님은 참으로 털털한 성격이다. 남편의 한숨에도 자신의 할 바를 다하고 있으니 말이다. 때론 공생원을 쥐어 박기도 하지만 왜 그러냐는 말은 한 번도 묻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아이 낳고 두고 보자, 이런 마음이었나? 어떻게 하나 지켜봤을 수도 있겠다. 남편의 성격을 아는 마나님으로서야 어쩌면 그리 마음 먹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집안의 어려움으로 처가의 덕을 보고자 마나님과 혼인한 공생원, 처음에야 '사랑'이나 '정'으로 시작한 사이는 아니었겠지만 오랜 시간 함께 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을테니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해도 내치지는 않았겠지만, 평생 가슴앓이를 하며 살아가지 않았겠는가. 이제야 진실이 무엇인지 알았을테니 가슴을 치고 땅을 치겠지만 돌아 앉은 마나님의 마음을 돌리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라 정신이 없을게다. 그래도 또 아이 하나 더 낳았다고 하는 것을 보면 마나님이 넓은 마음으로 공생원을 용서해 준 것이리라.

 

귀한 자식을 얻었으니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온갖 행복을 다 누릴 수 있었을텐데 공생원의 입장에서는 나름 억울하다 하겠다. 그런데 누구를 원망하랴. 이제 마나님에게 더 잘하겠지? 또 어떤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을까 궁금하긴 하지만 늦게 본 자식 재롱에 세월가는지 모를 것이다. 사람들의 삶이란 결국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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